정부, 160억 규모 ‘대학창업펀드’ 조성한다…작년 지원금 430억, 매출은 83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7일 13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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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학가의 창업을 활성화하겠다며 160억 원 규모의 대학창업펀드를 도입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학발 창업 활성화 방안’을 27일 발표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학 창업은 높은 청년실업률과 열악한 대졸자 취업상황을 극복할 대안”이라며 “이를 위해 창업 중심으로 교육과정과 학사제도를 만들고 대학의 창업자금지원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대학생이 대출 등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올해 160억 원 규모의 대학창업펀드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또 기술혁신형 창업프로그램과 창업을 독려하는 학사제도도 강화하기로 했다.

대학 창업 실적을 교원 재임용 평가에 반영하고, 기술중심 창업이 기대되는 KAIST 등 과학기술원 총장 임용 시에는 성과계약서에 ‘창업활성화’를 주요항목으로 포함시키기로 했다. 자금지원 및 창업 프로그램 강화라는 ‘당근’과 인사 압박 및 학사제도 개편 요구라는 ‘채찍’을 동시에 담은 셈이다.

대학들은 창업이 성공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고용 및 경제가치 창출의 큰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창업 활성화라는 정부의 정책과제가 대학에 요구되는 현실에 적잖은 부담감을 토로했다. 서울 시내 한 대학의 취·창업 담당자는 “현실적으로 대학생 창업의 성공률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창업을 독려하기가 쉽지 않다”며 “창업 의지와 아이템이 있는 학생이 창업을 해야지, 반대의 경우 고용 절벽 상황을 창업 수치로 무마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아 무책임한 것이란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대학발 창업의 질이 전체적으로 낮은 수준인 것도 문제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지난해 국내 대학의 창업 현황을 보면 250개 국내 대학에서 창업된 기업 수는 총 782개로 학생 959명이 창업에 참여했다. 이들 기업에는 약 65억 원의 교비와 365억 원의 정부지원금 등 총 430억 원이 지원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 특허청 등에서 대학창업과 관련해 추진한 정부사업은 15개 사업 1921억 원 규모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대학 창업 기업의 매출액은 83억 원 수준에 불과했다. 실제 기업의 세계였다면 살아남기조차 힘든 수준이다.

국내 벤처캐피탈(VC)업계의 한 관계자는 “벤처투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완전히 실패한 투자”라며 “길어야 3, 4년의 학부생활을 한 대학생 아마추어들에게 창업을 하라며 돈만 주는 것 자체가 실패하라고 주는 돈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대학가 창업이 취업을 위한 또 하나의 스펙 쌓기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정한 대학발 창업 성공과 성공 사례 확산을 통한 창업 문화 조성을 위해서는 대학 창업의 질적 수준을 제고해야 하지만 정부 정책은 양적 증가에만 초점이 맞춰져 왔다. 대학 창업을 위한 정책도 여러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제각각 추진됐다. 교육부(산학협력선도대학사업·대학창업교육 5개년 계획) 외에도 중기청(창업선도대학 사업), 미래부(I-Corps) 등에서 대학 창업 관련 사업을 추진해 정책 수요자인 대학생들 입장에선 복잡하게 느껴진 게 사실이다. 반면, 창업 도전 학생들에 대한 지속적인 일대일 컨설팅 제공이나 사업운용 및 자금운용 현황 등에 대한 주기적 관리감독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최대한 많은 학생들에게 풍부한 도전기회를 주려했고 질적 관리엔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비록 실패를 했어도 그를 통해 좋은 경험을 쌓도록 ‘질 높은 실패’에 대한 교육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발 창업 확충을 위해 올해 신규 확보된 예산은 135억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기존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어 창업 실무교육 수준이 얼마나 높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육부는 “현장밀착형 창업교육을 위해 인터넷 창업교육 사이트(온라인 창업교육 플랫폼)를 운영하고 학교기업도 더 많이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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