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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세월호 인양… ‘참척의 아픔’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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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세월호 인양… ‘참척의 아픔’을 넘어서

동아일보입력 2017-03-24 00:00수정 2017-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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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침몰한 지 약 3년 만에 어제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2014년 4월 16일 아침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에 침몰해 승객 476명 중 304명이 숨진 대참사가 발생한 지 1072일 만이다. 인양을 추진해 온 해양수산부는 수면 위로 끌어올린 세월호를 재킹 바지선 2척에 쇠줄로 묶는 고박 작업을 마친 뒤 1.5km 거리에서 대기 중인 반잠수식 선박으로 옮기는 작업을 사흘 동안 진행할 계획이다. 이어 4월 5일경 목포신항으로 옮겨 선체 수색과 미수습자 수습, 사고 원인 조사 등에 나선다.

3년 전 들뜬 마음을 안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2학년생 250명은 꽃다운 나이에 피어보지도 못하고 싸늘한 주검으로 변했다. 맹골수도의 사나운 조류는 대부분 17세인 어린 영혼들을 칠흑같이 캄캄한 진도 바닷속으로 밀어 넣었다. 학생들은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 말을 듣다가 배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3년 동안 진도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고 잃어버린 가족을 애타게 찾아온 미수습자 9명 유족의 염원대로 인양된 선체에서 미수습자가 모두 나오길 바란다.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을 참척(慘慽)이라고 한다. 어떤 것과도 비견할 수 없는 참혹한 슬픔이란 뜻이다. 흉물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선체는 말 그대로 참척을 견뎌내야 했던 유족의 아픔은 물론이고 정부의 무능과 지도자의 불성실, 어른들의 탐욕과 안전 불감증, 사후대책을 둘러싼 국론 분열과 정치인의 이기심, 무엇보다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어린 희생… 그 모든 것의 상징이다. 이번 인양으로 하나의 매듭을 지어야 하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국가적 상흔(傷痕)이다.


인양된 세월호는 다시 묻는다. 국가란 무엇인가. 세월호 사고 직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직사회의 적폐 청산을 위해 ‘관피아의 비리 사슬’을 끊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정경유착을 주도해 대통령 자리에서 파면됐다. 파면을 결정한 헌법재판소는 ‘세월호 7시간’의 행적은 탄핵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대통령이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또 사고 당시 현장에 도착한 해경 123정 등 구조대가 퇴선 안내를 신속하게 했더라면 더 많은 승객을 구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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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생명권을 지켜주지 못하는 정부는 신뢰받을 수 없다. 2014년 11월 ‘체계적인 재난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을 명분으로 국민안전처를 출범시켰지만 대형 안전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선박 증축에 따른 복원성 부족과 화물 고정 결박 불량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국가정보원 개입설, 미군 잠수함 충돌설 등 음모론이 퍼진 것은 이를 유포하려는 세력이 국민의 국가 불신을 악용한 탓이 크다. 인양된 선체의 과학적 조사로 더 이상 근거 없는 괴담이 설 자리가 없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차기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제2기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인양이 늦어진 경위를 규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1기 특조위가 정치적 편향으로 파행을 거듭한 마당에 또다시 특조위를 만들어서 어쩌자는 건가. 상처를 치유하기보다 갈등과 반목을 부추길 우려가 높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국가적 상처를 다시 헤집어 분노를 부추기고 정치적인 선동을 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일어서서 앞으로 나가야 할 때다.
#세월호 인양#참척의 아픔#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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