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조선중앙통신, 촛불집회 관련 9000자 넘는 장문의 기사 게재…주민들 반응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1일 15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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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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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일인 21일 촛불집회를 ‘인민항쟁’으로 추켜세우며 이를 결산하는 장문의 ‘상보’를 게재했다. 북한에서 상보는 특정 사안에 대해 상세하게 풀어쓴 보도를 의미한다.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 인민투쟁사에 뚜렷한 자욱을 새긴 전민항쟁에 관한 상보’라는 9000자가 넘는 장문의 기사를 통해 촛불집회의 발단과 진행과정, 투쟁방식 의의 등을 자신들의 시각에서 자세히 기록했다.

통신은 촛불집회에 대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민항쟁”이라고 규정하며 “반인민적 악정과 사대 매국, 동족 대결만을 일삼아온 독재의 원흉, 부정부패의 왕초 박근혜에 대한 남조선 인민들의 쌓이고 쌓인 원한과 분노의 폭발”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시위군중은 남조선 항쟁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100m앞까지 진격하여 반동의 아성을 촛불로 에워싸고 역적무리들과의 전면대결전을 벌리었다”식으로 북한식 과장 화법을 동원해 촛불집회를 찬양했다.

또 “지난해 10월말부터 올해의 3월 11일 박근혜 탄핵을 경축한 날까지 20차례나 전개된 대중적 촛불투쟁은 참가자수에서 연 1700만 명이라는 인민항쟁사상 최대의 규모를 기록하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통신은 “이번처럼 수백만 대중이 (중략) 반동통치의 괴수를 탄핵시키고 친미 보수 세력의 명줄을 끊어놓은 사변은 일찍이 있어 본 적이 없었다”면서 촛불집회가 반(反)보수 투쟁이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해선 “만고죄악이 가져온 응당한 결말”이라며 “인민의 머리 위에 군림해 민중의 지향과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부정의의 세력은 반드시 멸망하며 정의와 진리로 뭉친 인민의 힘은 그 무엇으로도 막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상보가 게재된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주민이 볼 수 없는 대외용 매체다. 따라서 이번 상보가 주민이 접할 수 있는 노동신문에도 실릴지 주목된다.

북한은 그동안 내부적으로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단 3문장으로 간단하게 주민에게 전했다. 인민의 힘으로 독재자를 몰아냈다는 사실 자체가 북한 내부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촛불집회의 시작과 투쟁 방식 등이 자세히 소개된 상보가 노동신문 등에 실린다면 북한 주민은 모든 것을 북한과 비교하며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전문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는 “북한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으며 남조선 인민들이 대단하다는 반응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강도 소식통은 “인민들의 힘으로 남조선(한국)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소식에 놀라움을 표하는 주민들이 많았다”면서 “어려서부터 수령에 대한 절대 충성을 강요당해온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여기(북한)선 수령님의 말씀을 어기면 목숨을 잃어야 하는데, (한국은) 인민들이 시위를 통해 대통령을 끌어내렸다는 것 자체에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경북도 소식통도 “박근혜 탄핵 소식을 방송과 노동신문을 통해 접한 주민들은 처음엔 믿지 않았다. 중국과 한국에 살고 있는 친인척들과 통화하던 중 사실관계를 물을 정도”라면서 “이후 사실을 확인한 주민들 사이에서 ‘우리도 남조선(한국)처럼 사회가 변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공장·기업소들에서 아침 조회시간에 ‘썩고 병든 남조선 사회의 실태가 이번에 낱낱이 밝혀졌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지만, 주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탄핵사건 이후 남조선을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 소식통은 “‘대통령을 탄핵시킨 남조선 인민들이 대단하다’ ‘살맛나는 세상이 바로 남쪽’이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고 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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