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경제 교사’ 김광두, 문재인 캠프 합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5일 10시 49분


코멘트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경제 정책을 이끌었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문 후보 측은 15일 “김 원장과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가 캠프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삼성 저격수’로 유명한 김 소장은 재벌 개혁을 강조해온 진보 성향의 학자다. 보수 성향의 김 소장의 영입과 함께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을 아우르겠다는 것이 문 후보 측의 의도다. 세 사람은 캠프에 신설되는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에서 활동하게 된다. 김 원장은 위원장을, 김 소장과 김 교수는 각각 경제분과와 사회분과 부위원장을 맡는다.

문 후보는 이날 열린 영입 기자회견에서 “김 원장은 저와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대화하면서 우리가 지켜야할 가치가 하나 힘을 확인했다”며 “세 분을 영입한 것은 보수와 진보의 차이를 넘어 원칙 있는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 사람 중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불렸던 김 원장이다. 김 원장은 2007년부터 박 전 대통령을 도왔고,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치는 바로세우고)’가 김 원장의 작품이다. 박 전 대통령이 2007년 경선 패배 뒤 만든 5인의 스터디그룹에는 김 원장과 연세대 김영세 교수, 숙명여대 신세돈 교수, 영남대 최외출 교수, 안종범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참여했다.

김 원장은 2010년부터 국가미래연구원을 만들었고, 연구원은 박 전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 왔다. 박 전 대통령도 대통령 당선 전까지 연구원 멤버로 활동했다. 연구원은 안 전 수석을 비롯해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백승주 의원(전 국방부 차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 등이 박근혜 정부의 핵심 인사들을 대거 배출했다. 김 원장도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힘찬경제추진단장을 맡아 박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총괄했다.

하지만 김 원장은 대선 이후 박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며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2015년에는 “내 이름 앞에 박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붙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표현은 이제 적절하지 않다”며 사실상 결별 선언을 했다.

이는 2012년 대선 과정과 박근혜 정부 수립 이후 김 원장의 정책 조언이 제대로 수용되지 않은 결과라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김 원장은 지난해 11월 동아일보와 만나 “대선 전후로 정책을 제시해도 뒤바뀌는 일이 적지 않았다”며 “이제와 생각해보면 결국 최순실 씨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이후 김 원장은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책엑스포에도 참석하는 등 야권 인사들과 꾸준히 교류해왔다. 김 원장과 김 소장은 지난해부터 매달 ‘진보-보수 합동 토론회’를 개최해왔다. 지난해 12월 열린 토론회에는 문 후보가 모두 발언을 했고 김 교수는 발제자로 참여했다.

문 후보와 김 원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제 공부를 함께 하며 친분을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문 후보 캠프 합류에 대해 “욕먹는 길로 들어서는 것을 잘 알지만, 욕 안 먹고 논평만 하는 것이 비겁하고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의 통합과 균형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캠프 관계자는 “문 후보가 김 원장과 함께 공부하며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고, 직접 캠프 합류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한편 김 원장의 문 후보 캠프 합류로 정치권에서는 김종인 전 대표와 김 원장의 엇갈린 인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대표와 김 원장은 나란히 2012년 박 전 대통령 캠프에 활동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가 8일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패권주의에 대한 반발로 민주당을 탈당한 직후 김 원장은 문 후보 캠프에 합류하게 됐다. 야권 관계자는 “김 원장의 영입은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어필한다는 의미도 있다”며 “김 전 대표가 없어도 김 원장과 조윤제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을 통해 이끌어갈 수 있다는 문 전 대표의 뜻도 담겨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