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소화기 vs 소화전 ‘폭력 얼룩’… 시흥캠퍼스 갈등 점거농성 152일만에 물리적 충돌로 끝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학교측, 직원 400명-사다리차 동원… 농성중인 학생 30여명 몰아내
학생들 “계속 투쟁”… 학교 “조성 추진”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에 반대하며 150일 넘게 대학 본관을 점거 농성 중인 학생들을 11일 교직원들이 강제로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학생과 교직원들이 소화기와 소화전으로 맞서는 등 충돌이 발생했다. CCTV 화면 캡처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에 반대하며 150일 넘게 대학 본관을 점거 농성 중인 학생들을 11일 교직원들이 강제로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학생과 교직원들이 소화기와 소화전으로 맞서는 등 충돌이 발생했다. CCTV 화면 캡처
지난해 10월 시흥캠퍼스 조성에 반발하며 시작된 서울대생의 본관 점거 농성이 학교 측의 해산 조치로 끝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양측이 소화기와 소화전까지 동원해 물리적으로 충돌해 향후 후유증이 예상된다.

12일 서울대와 학생들에 따르면 11일 오전 6시 반경 교직원 약 400명이 사다리차 3대 등을 동원해 행정관(본관) 옥상과 정문 등을 통해 진입했다. 당시 점거 농성 중이던 학생 30명가량은 건물 밖으로 쫓겨났다. 하지만 학생들은 소화기를 분사하며 재진입을 시도했다. 직원들도 소화전 물을 뿌리며 맞섰다. 이 과정에서 학생 1명이 실신하고 직원과 학생 여러 명이 경상을 입었다. 양측의 충돌은 오후 7시경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물러나면서 마무리됐다.

이로써 서울대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은 152일 만에 끝났다. 점거 농성의 이유는 지난해 8월 서울대가 경기 시흥시 등과 맺은 ‘시흥캠퍼스 조성 실시협약’. 학생들은 “소통 없이 진행된 절차”라고 반발하면서 대학본부가 위치한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학교 측은 물론이고 교수들도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협약 철회 외 다른 대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이날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다.

이날 상황을 놓고도 학생과 학교 측은 서로에게 화살을 돌렸다. 농성 학생들의 단체인 서울대 본부점거본부 측은 “직원들이 진압 작전하듯 건물에 진입했고 학생들을 건물 밖에 내던지는 등 폭력행위가 벌어졌다”며 “학생들에게 소화전을 사용해 물대포를 뿌리는 등 반인권적인 만행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교 측은 “불법 점거 중인 학생들에게 행정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공문을 먼저 보냈지만 학생들이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소화전 물을 쏜 것에 대해 “학생들이 다시 진입하는 과정에서 소화기를 분사해 다수의 직원들이 호흡 곤란을 겪어 물로 분말을 제거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교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폭력으로 학생들을 몰아낸 건 군부정권과 다를 바 없다”며 학교 측을 비난하는 글이 많지만 “명분 없는 점거와 학생들의 폭력 맞대응도 문제”라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 본부점거본부 측은 13일부터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시흥캠퍼스 조성 반대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는 학생들과 소통, 협의의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지만 시흥캠퍼스 조성은 계속 추진할 방침이어서 앞으로도 진통이 예상된다.

김동혁 hack@donga.com·성혜란 기자
#시흥캠퍼스#서울대학교#폭력진압#서울대학생회#소화기#소화전#물대포#교직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