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일시 장티푸스·독감 유행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2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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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의 감염병 유행 패턴이 30년 이상 차이가 나는 탓에 통일 등으로 인적 교류가 갑자기 활발해지면 장티푸스, 인플루엔자(독감) 등이 크게 확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대 의과대학 통일의학센터는 이처럼 북한의 보건의료 분야 현황을 조사·분석한 교과서 ‘통일의료: 남북한 보건의료 협력과 통합’을 발간했다고 12일 밝혔다.

통일의학센터는 2002~2008년 비정부기구(NGO)와 함께 평양 ‘어깨동무 어린이병원’ 등 북한 병원 4곳에서 진료한 경험과 국제기구의 최신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의 보건의료 정책 △의료인 인력양성체계 △보건의료서비스 전달방식 △북한 주민이 주로 앓는 질병 △통일 후 보건의료 전망을 분석한 내용을 교과서에 담았다.

교과서에 따르면 탈북한 지 10년이 되지 않은 성인 1200명 중 병을 앓고 있는 비율은 64.1%로 같은 연령 남한 주민의 3.4배였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경제 사정이 나빠진 후에도 무상의료정책을 고집한 탓에 보건의료 인프라가 사실상 무너졌기 때문이다. 집필진은 “북한 내 인구 1000명당 의사 비율은 3.3명으로 한국(2.26명)보다 높지만 제약업 붕괴로 병원도 약을 처방할 수 없게 되자 해외에서 직접 약을 조달하는 권력층 이외 절대 다수는 사실상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센터는 준비 없이 통일을 맞으면 감염병이 크게 유행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에선 1980년대 이후로 남한에서 환자를 찾아보기 힘든 장티푸스, 파라티푸스가 여전히 유행하고 있고, 반대로 남한에선 북한이 아직 예방접종이나 치료제 처방 체계를 갖추지 못한 독감이 유행한다. 서로 면역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인적 교류가 크게 일어나면 환자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희영 통일의학센터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거꾸로 말하면 남북한의 서로 다른 감염병 유행 패턴은 서로의 의료기술을 향상 시킬 수 있는 기회”라며 “국제사회로부터 70년간 고립된 질병 분야의 ‘보물섬’인 북한 주민의 발병 패턴 등을 남북한이 공동으로 연구·개발하면 통일에 대비한 보건의료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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