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토픽] 0-4→6-1…세상 누구도 바르샤의 기적을 예상하지 못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10일 05시 45분


FC바르셀로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FC바르셀로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바르셀로나, 파리 생제르맹전 6골 폭발
1차전 0-4 뒤집기…챔스 역사상 첫 기록
엔리케 감독 “우리 실력 의심한 적 없다”

‘YES, WE CAN.’

역사의 현장을 찾은 한 팬이 준비한 플래카드의 짧은 문구였다. 그들은 정말 해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한 기적을 FC바르셀로나(스페인)가 연출했다.

바르셀로나는 9일(한국시간) 홈구장 누 캄프에서 열린 파리 생제르맹(프랑스)과의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6-1 대승을 거두며 대회 8강에 올랐다. 원정 1차전에서 0-4로 무너진 바르셀로나가 16강 관문을 통과하리라 예상한 이는 극소수였다. 오직 자기 자신들 뿐, 백이면 백 고개를 저었다.

정규시간 승부를 가르려면 5골 이상 기록한 뒤 무실점으로 막아야 했고, 1실점이라도 하면 5골 차로 이겨야 했다.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던 상황은 현실이 됐다. 추가시간까지 95분이 흐른 뒤 누 캄프 전광판에 새겨진 스코어는 6-1. 지난달 15일 홈에서 바르셀로나를 침몰시켜 역사를 쓴 파리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두고두고 회자될 엄청난 기적을 더욱 뜨겁게 할 가슴아픈 조연에 머물게 됐다. 1차전 0-4 패배를 2차전에서 뒤집어버린 바르셀로나의 기적은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처음이라 의미와 가치를 더했다.

FC바르셀로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FC바르셀로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원 팀! 이래서 바르셀로나!

3-1로 앞선 후반 20분, 3골이 더 필요한 바르셀로나 벤치가 내놓은 카드는 최근 부상에서 복귀한 아르다 투란이었다. 3분 전 파리 공격수 카바디에게 내준 실점으로 8강행에 필요한 득점이 1골에서 3골로 늘어나며 한풀 꺾인 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선택이었다. 승부수가 적중했다. 다시 공세의 고삐를 당긴 바르셀로나는 후반 43분과 추가시간(페널티킥·PK) 터진 네이마르의 연속 골에 이어 후반 31분 교체 투입된 세르지 로베르토가 후반 50분 쐐기를 박아 1·2차전 180분 혈투를 마무리했다. 가장 아름다운 밤을 만끽한 투란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에 “당신은 이를 기적이라 해도 우리에게는 평범한 일상”이라고 적었다.

바르셀로나의 진짜 힘은 화려함이 아닌 융합이다. 쟁쟁한 이력을 자랑하는 호화 멤버들이 함께 땀 흘리지만 오직 그들만을 위해 존재한 팀이 아니다. 지구상 최고 스타들이 ‘클럽 그 이상의 클럽’이라는 오랜 모토 속에 뭉치고 또 뭉친다. 2골의 주인공 네이마르를 비롯해 전반 3분 첫 골을 넣은 수아레스, 후반 5분 PK 추가골을 넣은 리오넬 메시의 활약이 아무리 환상적이었어도 투란과 로베르토와 같은 감초가 없었다면 바르셀로나의 ‘평범한 하루’ 역시 존재할 수 없었다.

당연히 내용도 완벽했다. 경기 점유율 65대35 (%), 유효 슛 7대3(회)이라는 기초 수치에서 드러나듯 바르셀로나는 상대를 일방적으로 몰아쳤다. 주제프 바르토메우 바르셀로나 회장은 “오늘은 영원히 기억될 역사이자 위대한 업적”이라며 흡족해했다.

바르셀로나 루이스 엔리케 감독.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바르셀로나 루이스 엔리케 감독.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명장! 이래서 바르셀로나!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역량도 빼놓을 수 없다. 결전 하루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파리가 4골을 넣었듯, 우리도 6골을 넣을 수 있다”던 그의 코멘트는 사실이었다. “잃을 건 없어도 얻을 건 많다”는 얘기도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딱 하나 틀렸다. “몇 분 사이에 계속 골을 넣기는 어렵다.” 바르셀로나의 드라마는 3차례 골 폭풍이 불어온 최후의 7분에 이뤄졌다.

솔직히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엔리케 감독은 ‘올 시즌 종료 후’를 전제로 최근 사퇴를 밝혔다. “많이 지쳤다”는 이유를 댔지만 파리 원정 후유증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수장의 깜짝 선언에 제자들은 똘똘 뭉쳤다. 승승장구하는 ‘영원한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의 전반기 행보에 주눅 들었던 바르셀로나가 다시 깨어났다. 스페인 국왕컵 결승진출에 이어 프리메라리가 선두 복귀를 통해 마지막 전쟁을 선언했다.

엔리케 감독은 이날 한판으로 그간의 모든 우려를 잠재웠다. 다 득점 승리가 절실할 때 꺼낸 3-4-3 포메이션, 메시를 중원 꼭대기에 배치한 공격적인 중원 전개, 에이스들의 역량을 극대화하면서도 과감한 교체를 통한 분위기 전환까지 박자가 척척 맞았다. 마르카 등 레알 마드리드에 편향된 일부 언론은 “바르셀로나가 얻은 PK는 오심”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배 아픈 이들의 한심스러운 아우성으로 비쳐질 뿐이다. 엔리케 감독은 “난 우리의 실력을 의심한 적이 없다. 가장 정상적인 경기력이 다시 나왔다”고 환하게 웃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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