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駐中대사, 트럼프 ‘러 스캔들’ 해결사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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駐러시아 대사에 존 헌츠먼 낙점
32세에 駐싱가포르 대사 ‘외교통’… 2012년 공화당 대선 경선 출마도
트럼프와는 관계 껄끄럽지만 돌파구 모색 적임자 판단한 듯

공화당 소속으로 민주당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주중국 대사를 지냈던 존 헌츠먼(57·사진)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주러시아 대사로 다시 미국 외교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다 최측근들의 ‘러시아 내통 의혹’이라는 정치적 위기에 몰린 트럼프가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카드로 헌츠먼을 불러들인 것이다.

AP통신 등은 트럼프가 이번 주 초 주중 대사를 지낸 헌츠먼에게 주러 대사직을 제안했으며 헌츠먼이 이를 수락했다고 9일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엔 특별한 전문성은 없다”면서도 “(그의 외교관으로서의) 명성이 의회 인준 문턱을 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보수 성향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경제와 외교 분야에 걸친 다양한 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중국에서 권위주의 정부를 상대해 본 경험이 러시아에서 빛을 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헌츠먼은 포천지 선정 미국 500대 기업에 꼽히는 화학업체 ‘헌츠먼코퍼레이션’ 창업주의 장남으로 이 업체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기업가 출신. 1992년 32세에 주싱가포르 대사를 지냈고 2001∼2003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그리고 2009∼2011년 공화당 소속임에도 오바마 정부의 주중 대사를 지냈다. 2005년부터 4년간 유타 주지사를 지내며 퇴임 당시 지지율 80%를 기록한 유력 정치인이기도 하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국제정치를 전공한 헌츠먼은 같은 학교에서 경영학과를 졸업한 트럼프와 동문이다. 하지만 둘의 이전 관계는 우호적이 아니었다. 헌츠먼이 오바마 정부에서 주중 대사를 사임하고 2011년 미국에 돌아와 이듬해 열린 공화당 대선 경선을 준비하던 무렵, 당시 트럼프는 트위터에 “헌츠먼이 이길 가능성은 ‘제로’다” “헌츠먼과의 전화 통화는 시간 낭비”라고 비아냥거렸다. 트럼프는 헌츠먼을 ‘경량급(lightweight)’이라고 비꼰 뒤 “중국에 나라를 팔아버렸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응수하듯 헌츠먼은 지난해 대선 당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아웃사이더의 등장은 건강한 현상”이라며 지지를 선언했지만, 10월 트럼프의 ‘음담패설 영상’이 공개되자 “(마이크) 펜스가 대선 후보가 돼야 한다”며 지지를 철회했다. 하지만 헌츠먼은 트럼프가 당선 후 대만 차이잉원 총통과 통화를 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을 유용한 레버리지(협상을 이끄는 지렛대)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하며 다시 옹호에 나섰고 이내 국무장관 후보로 자주 거론됐다.

헌츠먼이 장관보다 급이 낮은 주요국 대사직을 수락한 것은 ‘국가의 부름에는 답한다’는 신념이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2011년 타임지 인터뷰에서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을 주중 대사에 낙점한 것은 차기 대선 라이벌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포석이었음을 알았지만 “대통령이 부르면 응답한다”는 간단한 원칙을 따랐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유타 주 상원의원을 노리고 있었지만 대통령의 제의를 뿌리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7선의 유타 주 상원의원 오린 해치(83)가 고령임에도 은퇴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불확실한 공화당 경선을 준비하는 대신 러시아행을 택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존 헌츠먼#오바마#트럼프#러시아#중국#대사#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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