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동네조폭 금품갈취 신고 업소, 약점 잡힌 경범죄 봐준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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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5월까지 ‘면책 제도’ 실시

지난해 3월 경기 의정부시의 한 노래방. 40대 남성 A 씨는 캔맥주와 족발을 시켰다. 노래방 주인에게 여성 도우미도 한 명 불러 달라고 했다. 노래방에서 술을 팔거나 도우미가 술시중을 들면 불법이다. 하지만 주인 B 씨는 최 씨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았다.

얼마 뒤 술에 취한 A 씨가 돌변했다. 그는 “1종 유흥주점도 아니면서 술을 팔았으니 신고하겠다”며 주인을 협박했다. 겁이 난 B 씨는 술값을 받기는커녕 현금 30만 원가량을 A 씨에게 빼앗겼다. A 씨는 비슷한 수법으로 근처 노래방 6곳을 돌며 300만 원을 챙겼다. 경찰은 A 씨를 구속했다. 그러나 신고한 B 씨의 불법 영업 책임은 묻지 않았다.

경찰청이 ‘동네 조폭’ 신고자의 경우 가벼운 불법 행위는 형사·행정 책임을 면제하는 ‘경미 범죄 면책 제도’를 특별단속 기간인 5월까지 적극 실시하기로 했다. 동네 조폭은 상습적으로 주민을 폭행하거나 협박해 금품을 빼앗는 생활 주변의 폭력배를 말한다. 그러나 ‘위법불감증’을 초래하거나 일부 악덕 업주의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 “약자 보호하는 제도”

7일 경찰청에 따르면 면책 제도는 불법이라는 약점 탓에 신고하지 못하는 업주들을 감안한 것이다. 2014년부터 매년 한시적으로 실시했지만 앞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 동네 조폭 검거를 늘릴 방침이다. 신고자 면책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이뤄진다. 예를 들어 술을 팔거나 도우미를 고용한 노래방, 무면허 안마사를 고용한 안마방, 미성년자인 줄 모르고 방을 내준 숙박업소, 신고 없이 영업한 식당 등이다. 단, 성매매 업소처럼 불법 행위를 위해 만들어진 업소나 기업형 및 조직적 행위, 청소년 대상 행위 등은 제외된다. 결정은 경찰서에 설치된 피해자 면책 심의위원회가 한다. 신고자로부터 준법서약서도 받는다. 동종 전과가 있으면 검찰에서 ‘준법서약서조건부 기소유예’ 조치를 하고 경찰은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처분 면제를 요청한다.

노래방 업계에서는 경찰의 방침을 반긴다. 동네 조폭들에게 당한 피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노래연습장업협회 관계자는 “값싸게 술 마시고 노래하려는 손님을 다 거절하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며 “벌금과 영업정지보다 건달에게 돈을 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던 업주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제도다”라고 말했다.

신고 없이 운영되는 영세한 식당과 포장마차도 대상이다. 지난해 3월 경남 지역의 한 시장에서 포장마차 주인이 손님에게 폭행을 당했다. 주인은 미신고 포장마차라 신고를 하지 못하다 면책 제도를 알고 나서야 경찰에 피해 내용을 털어놓았다.

○ “양심 지킨 업주만 손해”

아무리 가벼운 불법이라도 경찰이 눈감아선 안 된다는 반론도 많다. 술과 도우미를 제공하는 노래방에서 음성적으로 벌어지는 유사성행위 등 음란영업에 자칫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 종로의 한 노래방 주인은 “돈 벌 생각만 하면 불법 영업을 하고 싶지만 처벌보다 양심 때문에 참는데 억울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동호 국민대 법학부 교수는 “사법제도를 두고 공권력과 시민이 거래하는 형태라서 이를 일종의 거래로 보고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도 사법 협조자의 면책 제도를 실시하는 곳이 있다. 미국의 ‘플리바기닝’이 대표적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면책 제도에 찬성하면서도 “자체 심사와 준법서약서 작성보다 더 구체적인 심사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며 “생활 주변 폭력배 검거에만 매달려 신고자의 불법 행위를 가볍게 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권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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