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WBC S존과 ‘KBO S존 정상화’의 상관관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8일 05시 30분


한국 WBC대표팀이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1라운드 1차전 이스라엘과 경기를 가졌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장원준이 2회초 1사 만루 이스라엘 크리거를 밀어내기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실점을 허용하자 아쉬워하고 있다. 고척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한국 WBC대표팀이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1라운드 1차전 이스라엘과 경기를 가졌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장원준이 2회초 1사 만루 이스라엘 크리거를 밀어내기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실점을 허용하자 아쉬워하고 있다. 고척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주도하는 대회다. 던지는 공부터 우리에겐 낯선 ‘메이저리그식’이다. 지금껏 WBC가 열릴 때마다 낯선 공인구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이번엔 또 하나의 화두가 던져졌다. 안방에서 열린 2017 제4회 WBC 1라운드 첫 판부터 메이저리그의 낯선 스트라이크존이 극심한 ‘타고투저’ KBO리그의 스트라이크존과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이스라엘과 2017 WBC 공식 개막전. 한국 투수 8명은 무려 9개의 볼넷을 내줬다. 이스라엘 타자들이 잔루를 14개나 남기는 등 찬스를 살리지 못했을 뿐이지, 볼넷으로 인한 대량실점 가능성은 경기 내내 한국 벤치를 맴돌았다.

WBC의 스트라이크존은 메이저리그의 존을 준용한다. 심판진도 메이저리그 현역 심판들이 주를 이룬다. 대표팀은 대회 직전까지도 메이저리그 심판진을 겪지 못했다. 평가전은 물론, WBC 공식 연습경기에서도 한국 심판진이 나섰다.

심판마다 스트라이크존은 다를 수밖에 없다. 경기 초반 해당 구심의 존을 빠르게 캐치하는 건 선발투수와 포수, 배터리에게 모두 필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장원준·양의지 배터리는 2회 볼넷 3개를 내주는 등 밀어내기로 선취점을 허용했다. 제구력 하면 알아주는 장원준이었기에 스트라이크존 활용이 다소 아쉬웠다. 뒤늦게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돌파구를 찾은 게 다행이었다. 대표팀 투수들은 8회 2사 만루 위기에서 등판한 오승환(1.1이닝 무실점)이 던진 코스를 집중해서 볼 필요가 있다.

WBC 대표팀 오승환. 스포츠동아DB
WBC 대표팀 오승환. 스포츠동아DB

메이저리그 스트라이크존은 기본적으로 바깥쪽에 후하고, 몸쪽에 박하다. 또 낮은 코스보다는 높은 코스를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톰 글래빈과 그렉 매덕스 등 컨트롤아티스트들 마저 고전하게 만든 1999년 스트라이크존 변화도 상향 조정이 핵심이었다. 이날 한국 투수들은 낮은 코스 혹은 몸쪽 코스의 공을 불필요하게 많이 선택했다. 이스라엘 타자들의 방망이가 예열 중이었음을 감안하면, 스트라이크존을 활용한 정면 승부를 좀더 늘렸어도 될 것으로 보였다.

반면 타자의 눈높이로 들어오는 이스라엘 투수들의 공에 한국 타자들은 쉽게 방망이를 내지 못했다. KBO리그에서 익숙한, 기다리면 볼인 공에 구심은 손을 들어올리며 고전했다. KBO리그 타고투저의 원인이 좁은 스트라이크존에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스트라이크존의 차이는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좁아진 스트라이크존과 이로 인한 극심한 타고투저에 빠진 KBO리그도 WBC의 스트라이크존을 보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대표팀의 오키나와 캠프에서 만난 김풍기 심판위원은 “올해는 야구규칙에 규정된 대로 스트라이크존을 적용하자고 얘기했다. 기존의 스트라이크존을 100% 활용하는 정상화”라고 밝혔다. 지나치게 위축된 KBO리그 스트라이크존이 WBC를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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