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빠르게… 골프 33년만의 대변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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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왕실골프협-美골프협 규칙 개정
준비된 사람 아무나 먼저 플레이… 공 드롭, 어깨 높이에서 안해도 OK
40초이내 공쳐야 하는 규정도 채택

주말골퍼들은 대개 한 홀에서 아무리 많이 쳐도 ‘양파(더블파)’까지만 스코어를 적기 마련이다. 흔히 ‘양파 OK’ 규칙이다. 파3 홀이라면 트리플 보기까지만 기록하는 식이다.

앞으로는 엄격하게 룰을 따지는 골프 대회에서도 이런 장면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1952년부터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해 온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규칙을 대폭 개정하기 때문이다.

두 단체가 규칙에 대대적인 ‘칼날’을 들이대게 된 배경은 최근 골프 인기의 하락이다. 그동안 골프 규칙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합리적이며, 젊은층을 비롯한 신규 골프 인구 진입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R&A는 “1984년에 골프 규칙이 대폭 개정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개정이다. 시대의 요청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대한골프협회 오철규 사무국장은 “모든 골퍼가 룰을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게 했다. 34개에 이르던 규칙이 24개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번 규칙 개정의 핵심은 스피드업과 간소화로 요약된다. 골프의 묘미를 저해하는 거북이 플레이를 지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도입된다. 새 규칙은 홀마다 최대 타수를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설정된 최다 스코어와 같거나 높을 경우 공을 집어 올리고 다음 홀로 이동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파4홀에서 8타 이상을 치지 않아도 된다.

주말골퍼들은 캐디들에게 “준비되면 먼저 쳐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현행 골프 규칙에 따르면 홀에서 먼 곳의 공부터 샷을 해야 하지만 빠른 진행을 위한 일종의 ‘편법’이다. 새 규칙은 남은 거리에 상관없이 경기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준비된 사람 누구나 먼저 치는 것을 권유한다.

40초 이내에 공을 쳐야 하는 규정도 채택된다. 또 분실구를 찾는 시간도 5분에서 3분으로 단축된다. 티샷이나 퍼팅을 하려고 일단 스탠스를 취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캐디가 얼라인먼트(일직선 맞춤)에 도움을 주는 행위도 금지된다. 캐디 의존도가 심한 국내 일부 여자 프로들은 ‘홀로 서기’를 위한 적응 기간이 필요해 보인다.

플레이어가 편하게 경기할 수 있는 규칙도 대거 도입된다. 그린 위 스파이크 자국 등의 손상을 수리해도 벌타가 없어진다. 캐디가 대신 볼을 마크하고 집어 올리는 것도 허용된다. 벙커에서 언플레이어블 상황인 경우 2벌타를 받고 공을 벙커 밖으로 빼내는 구제도 가능해진다. 공을 드롭할 때도 어깨 높이에서 하지 않고 지면과 떨어지기만 하면 되도록 완화된다. 필드에서 보편화된 거리 측정기의 사용도 로컬룰로 금지하지 않는 이상 허용된다.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은 “퍼팅 그린에서의 공에 관한 규정 변경은 너무 좋다”고 환영했다.

R&A와 USGA는 8월까지 새 규칙에 대한 의견 수렴과 검토 과정을 거친 뒤 내년 이사회 승인을 거쳐 2019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골프 규칙 개정#양파 ok 규칙#주말골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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