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안돼 제 식당 놔두고 다른 식당에 알바 나갑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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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태평시장 ‘청년 맛it길’ 개점휴업

지난해 4월 청년창업 일환으로 대전시와 중소기업청이 조성한 대전 중구 태평동 ‘청년맛it길’이 북적대던 모습(첫번째 사진)과는 달리 10개월이 지난 현재 대부분 개업휴업 상태로 썰렁한 모습이다. 대전시 제공
지난해 4월 청년창업 일환으로 대전시와 중소기업청이 조성한 대전 중구 태평동 ‘청년맛it길’이 북적대던 모습(첫번째 사진)과는 달리 10개월이 지난 현재 대부분 개업휴업 상태로 썰렁한 모습이다. 대전시 제공
“제 식당을 제쳐두고 다른 식당으로 알바 가는 심정을 이해하시겠습니까.”

대전시와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진흥공단 등이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해 4월 수억 원을 들여 조성한 대전 중구 태평시장 내 청년 식당 밀집촌 ‘태평 청년 맛it길’이 1년도 안돼 개점 휴업상태다. 지난달 28일 오후 식당 10곳이 밀집해 있는 골목은 인적이 끊긴 상태였다. 오후시간이지만 대부분 문을 닫았고, 일부 점포는 업종 전환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지난해 개장 당시 대전시는 ‘청년 창업을 위해 새로운 개념의 먹자골목을 조성했다’고 홍보했다. 또 예비 청년상인 10명을 공개 선발했고, 창업과 경영에 필요한 교육도 했다고 설명했다. 3억 원을 들여 점포계약, 인테리어 비용, 임대료도 지원했다.

이곳은 개업 2개월 만에 전국 20개 청년창업지원사업평가에서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년도 안돼 10곳 중 8곳이 매물로 나온 상태. 청년창업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전시행정의 표본이죠. 당시 대전시, 중소기업청 관계자 등 수많은 사람이 찾아와 사진만 찍고 갔지 이후로는 어떠한 관심도 보이지 않았어요. 하나둘씩 폐업하려니 이제야 조금 관심 갖는 듯합니다.”

한 가게 주인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대전시와 중소기업청이 점포당 2500만 원의 인테리어 비용 등을 지원했다고 했지만 그런 돈은 보지도 만져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주는 “적자가 이어져 눈물을 삼키며 가게를 내놓았다. 지난 10개월을 경험으로 삼기에는 너무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음식 종류를 바꾼 한 가게는 개업 사흘 동안 손님이 한 팀뿐이었다고 한다.

이곳보다 40일 후 선보인 중구 유천시장 내 ‘청춘삼거리’도 떡, 라면, 통닭, 돈가스, 떡볶이, 막걸리, 황태 등 다양한 먹을거리로 개업했으나 2곳이 폐업했고 다른 곳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시장 입구에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긴 했지만 막상 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스산한 느낌이었다. 폐업한 업소 한 곳은 문을 닫은 지 오래된 듯 각종 영수증과 전단지가 입구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다른 업소도 어두운 가게 안으로 식탁과 의자가 한쪽 구석에 몰아져 있었다. 식당 앞에서 채소 노점상을 하는 할머니는 “문을 닫은 지 여러 달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중소기업청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전통시장 내 이 같은 유형의 청년점포를 지원한 곳은 전국에서 20여 개, 지원 예산만도 50억 원에 달하지만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전에 충분한 교육과 조사, 운영자의 전문성 등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대전시는 태평, 유천시장 내 두 청년점포에 대한 정확한 실태분석과 대안 없이 또 다시 유사 사업을 추진해 ‘떠벌리기 식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전시는 최근 동구 중앙시장 내 중앙메가프라자 빈 점포에 15억 원을 지원해 청년점포 20개를 만들기로 ㈜한화이글스와 동구청, 대전충남중소기업청 등과 업무 협약했다. 이곳에는 한화이글스 전시관을 비롯해 야구 동호인을 중심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간편 음식을 취급하는 펍(pub) 등의 시설을 유치할 계획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기침체 등과 겹치면서 시에서 일관되게 추진해온 청년창업 등이 실제 현장에서 어려움이 있는 게 현실”이라며 “현재 전문 컨설턴트 등을 통해 분석과 대책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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