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1일 “김정남 피살 사건은 잔혹하고 무모하며 반(反)인륜적인 북한 정권의 속성과 민낯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며 “북한 인권 침해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강력한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8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화학무기로 저지른 테러에 전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북한에선 공개 처형 등 형언할 수 없는 참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서는 “한미 연합의 억제 및 방어 능력을 배가해 북한 스스로 핵무기가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권한대행은 김정은을 압박하면서도 “북한 일반 간부와 주민들도 통일이 되면 우리 국민과 동등한 민족 구성원으로서 자격과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당국의 간부와 주민에게 “통일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황 권한대행이 기념사에서 밝힌 북한 관련 언급의 수위는 초안보다는 다소 완화된 것이다. 외교 당국자는 “초안에는 ‘북한 핵심층이 변할 때까지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없다. 주민들이 깨어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적극 도와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었다”고 전했다. 북한 지도부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북한 주민의 봉기를 선동하는 강한 메시지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었지만 최종 기념사에선 빠졌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대한민국과 일본 두 나라 간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의 출발점이자 필요조건은 올바른 역사 인식과 미래 세대 교육”이라며 “일본 정부도 과거사의 과오를 반성하는 데 진정성 있고 일관성 있게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짧게 언급했다.
이날 황 권한대행은 국내 정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야권에서 특검 수사기간 연장 거부를 이유로 ‘탄핵’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든 상황에서 전선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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