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벽 또 못넘고… 자본시장 경쟁력 ‘먼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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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지주사 전환 사실상 무산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는데…. 한국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은 거의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달 24일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등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또다시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 문턱을 넘는 데 실패했다. 지주회사 본사 소재지를 둘러싼 갈등 등 19대 국회 때에도 논란이 됐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는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이 당분간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치권의 무관심과 대립으로 국내 자본시장을 개혁할 수 있는 방안이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은 2015년 7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거래소의 경쟁력 강화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면서 진행됐다. 글로벌 기업의 한국 증시 상장을 유도하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등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거래소 본사 명기 △거래소 기업공개(IPO)에 따른 상장 차익 △지주사 전환 효과 등이 논쟁거리가 되면서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19대 국회가 문을 닫으며 자동 폐기됐던 이 법안은 20대 국회 들어 이진복 바른정당 의원이 재발의하면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도 필요성을 공감했다는 관측이 나와 법안 통과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정치권의 대립으로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법안이라는 낙인,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의 낙하산 논란 등이 겹치면서 법안 통과의 동력이 상실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거래소 지주사 전환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3월 중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를 내놓으면 정치권이 격랑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것이기 때문에 거래소 지주회사가 정치권의 관심을 끌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거래소 측은 지주회사 전환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거래소는 올해 9월부터 증권시장에 거래증거금을 도입하고 중앙청산소(CCP)를 분리하는 등 청산결제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거래증거금은 증권사가 중앙청산소(CCP)에 예치하는 결제이행 담보금으로, 거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활용된다. 특히 CCP 분리는 지주회사 전환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거래소가 물밑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사전 정비작업에 매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다 지주회사 도입에 대비해 5개 본부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본부별로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등 지주회사 전환이 언제든 가능할 수 있도록 조직 개편을 이어가고 있다.

선진국 증시와 경쟁하기 위해선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과 같은 획기적인 시도를 해야 하지만 정치권의 대립과 노조 등 내부 구성원의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정치적인 이유로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 국내 자본시장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주회사 전환이 같은 논리에 가로막힌 만큼 효과와 당위성을 보다 설득력 있게 보여줄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거래소#지주사#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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