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타본 말, 구름 위에 앉은 느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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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 아이들 22명 초대
서울경찰청 기마대 ‘힐링 승마’

24일 서울 성동구 서울지방경찰청 경찰기마대에서 진행된 지역아동센터 대상 ‘힐링 승마교실’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말 위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4일 서울 성동구 서울지방경찰청 경찰기마대에서 진행된 지역아동센터 대상 ‘힐링 승마교실’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말 위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경찰 아저씨! 오늘 처음 말을 탔는데 꼭 구름 위에 앉은 것 같아요.”

8세 정수연(가명) 양이 말 위에 앉아 환하게 웃었다. 방울이 달린 분홍색 털모자에 얇은 패딩 점퍼 차림이었지만 추위가 무색할 정도로 즐거운 표정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이동민(가명·8) 군은 자신의 키만 한 조랑말에서 훌쩍 뛰어내리더니 “빨리 말한테 맛있는 당근을 주고 싶다”며 신이 나서 뛰어다녔다.

24일 서울 성동구 서울지방경찰청 경찰기마대에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근처 지역아동센터에서 온 어린이 22명이다. 몸무게가 500kg이 넘는 경주마와 200kg가량의 조랑말과 포니 등 말 5마리가 아이들을 태우고 연신 실내 마장을 돌았다. 추위 탓에 말들의 코에선 더운 김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태풍’ ‘엄지번쩍’이란 이름에 걸맞게 말들도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곁에서 말고삐를 잡고 인도한 경찰관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박상만 경장(32)은 “아이들이 말 위에 앉아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때 내 딸이 생각나 행복했다”며 웃었다.

경찰기마대가 아이들을 만나기 시작한 건 지난해 3월부터다. 지금까지 총 33회에 걸쳐 700여 명의 아이들을 태웠다. 몸이 불편하거나 부모의 보살핌으로부터 소외된 아이들에게 작은 웃음이라도 안겨주기 위해서다. 그렇게 서울 시내에 위치한 장애아동 특수학교와 보육원, 저소득층의 지역아동센터를 대상으로 ‘힐링 승마교실’이 시작됐다. 운동장이 있는 학교에는 직접 찾아가고 보육원 등에 있는 아이들은 기마대로 초청했다. 말에 탄 아이들과 함께 웃는 사이 힐링 승마는 1년을 맞았다.

지난해 10월 기마대에 특별한 선물이 전달됐다. 서울 강서구 교남학교 아이들이 보낸 감사의 편지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만든 그림편지다. 아이들은 같은 해 5월 학교를 찾은 경찰기마대를 통해 살아 있는 말과 처음으로 교감했다. 당시 기마대와 만났던 김관성 군은 말 그림과 함께 말을 타고 있는 자신의 사진을 오려 한 장의 도화지에 담았다. “경찰 아저씨, 또 와주세요. 말이 보고 싶어요”라는 문구도 적었다.

양창복 경찰기마대장(55)은 “아이들이 보낸 그림편지를 볼 때마다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며 “최순실 게이트 탓에 말이나 승마를 바라보는 부정적 인식이 커진 것 같은데 힐링 승마를 통해 조금이나마 바뀌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서울경찰청 기마대#승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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