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각 부처 부장관 인선 난항…대통령-장관 알력다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7일 20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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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대 3’

2009년 버락 오바마 1기 행정부와 올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각 부처 부(副)장관 지명 성적이다(2월 27일 기준). 트럼프는 27일까지 상무부, 법무부, 국토안보부 3개 부처 부장관을 지명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9개 부처 부장관을 지명한 것은 물론 핵심부서인 국무부와 국방부의 경우 인준까지 마쳤던 오바마 때와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15개 부처의 실무 최고책임자나 다름없는 부장관을 인준은커녕 지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모습에 보수 언론조차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부장관을 비롯한 주요 실무 책임자 부재로 안정적인 업무가 어렵다는 것이다. 장관들이 지지한 부장관 후보자들이 트럼프의 ‘충성도 테스트’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면서 장관들이 백악관의 인사 ‘세부 통제’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걱정의 눈초리가 가장 많이 쏠리는 곳은 국무부와 국방부다. 보수성향 워싱턴타임스는 21일 당시 멕시코 순방을 떠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 대해 “안방이 불안하다”며 “‘병사 없이 전장으로 떠나는 장군’이라는 평가를 국무부가 반박하려 하지만 실무진 부족은 분명 새 행정부의 통점(痛點)”이라고 평가했다. 국방부도 비슷한 상황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장관을 지낸 로버트 워크를 임시로 유임시켰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 킴벌리 스트라셀은 “현재 매티스 국방장관은 (트럼프 공약인 국방 재건을 위해) 부장관은 물론 차관과 차관보도 없는 펜타곤에서 홀로 싸우고 있다”고 24일 지적했다.

인터넷매체 복스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 릭 페리 에너지장관, 베치 디보스 교육장관, 그리고 벤 카슨 주택도시개발장관도 “부장관 등 실무진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안타깝게도 실무진 인선은) 이 행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명 자체가 되지 않는 ‘인선 정체’의 원인으로는 트럼프의 엄격한 ‘충성도 테스트’가 꼽힌다. 트럼프그룹서 12년간 임원을 지낸 루이즈 선샤인은 트럼프가 “똑똑하고 강하지만 충성심 높은 사람을 찾는다”고 요약한 바 있다.

틸러슨이 부장관으로 밀었던 ‘네오콘’ 엘리엇 에이브람스가 지난해 선거 기간에 트럼프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은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매티스도 부장관으로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의 외교·안보 ‘브레인’이란 평가를 받은 미셸 플루노이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매리 베스 롱을 제안했지만 사실상 거절당했다. 벤 카슨 주택개발장관의 선임보좌관으로 1월 말부터 일한 셔마이클 싱글턴은 최근 트럼프에 대한 비판글을 썼던 전력이 드러나 해고당했다. 선임보좌관은 상원 인준이 필요한 직책은 아니지만 고위 공무원이 트럼프의 ‘충성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또 하나의 사례다.

대통령과 장관의 알력 다툼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2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폭스뉴스 기자는 “몇몇 장관들이 부장관 인선 등에 백악관이 지나치게 관여한다고 생각해 발끈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며 백악관의 입장을 물었다. 숀 스파이서 대변인은 이에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하려면 대통령의 뜻과 그 정책을 지지하고 실천하고 싶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답해 대통령의 의중이 실무진 인선에 앞으로도 강력하게 작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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