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그저 바라만 보는 책이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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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익숙하지 않은 음악 듣기를 꺼리게 된다는 연구결과 보도를 얼마 전 읽었다. 연관이 있는 걸까. 집에서 이런저런 책을 뒤적일 때 갈수록 새로 구한 것보다는 한참 묵은 것 위주로 집는다. 10대 때 소화도 못 시킬 거면서 대강 씹어 넘겼던 책을 오랜만에 다시 넘길 때면 부끄럽고 미안해진다. 무슨 소린 줄 짐작이라도 하면서 책장을 넘긴 건지.

한동안 매일 찾던 카페에 요즘 발길을 끊었다. 까닭은 여러 가지다. 턱없이 사람이 많아져 턱없이 오래 기다리게 된 것. 시끌벅적 정신 사나운 공간이 된 것. 잔에 채워 내는 정성이 당연한 듯 줄어든 것.

또 한 가지 까닭은 ‘진열용 열람 금지’라는 표지가 붙은 책꽂이를 구경하기 불편해서다. 건축, 미술, 디자인 관련 고급 양장본만 너른 벽면 한가득. 비닐 커버를 뜯지 않은 채 빼곡히 꽂아 놓았다.

읽히지 못하는 글을 품은 채 사람들 앞에 놓여 세월을 보내는 책의 심정은 어떨까. 애초부터 장식용으로 만들어진 책이 혹 존재하더라도, 그걸 ‘책’이라 부를 수 있을지.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진열용 열람 금지#장식용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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