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한인 등 1100만명 불법체류자와의 전쟁 선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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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이민 2탄’ 행정각서 2건 발표
단속 공무원 최대 1만명 증원, 체포-구금확대… 국경단속도 강화
언론 “무면허운전 적발돼도 추방… 행정명령 버금가는 후폭풍 올 것”
백악관 “모든 무역협정 재검토”… 한미 FTA도 ‘사정권’ 관측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대 1100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내 불법 체류자에 대한 본격적인 단속 및 추방을 선언했다. 지난달 시행했다 세계적인 논란 끝에 법원의 집행 중지 결정을 받은 이슬람 7개국에 대한 반(反)이민 행정명령의 후속 조치다. 최대 23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내 한인 불법체류자도 추방 위험을 안고 살아가게 됐다.

국토안보부는 21일 존 켈리 장관 명의로 2건의 이민 관련 행정각서(memo)를 발표했다. 각서의 핵심은 불법 체류자 추방과 국경 단속 강화다. 단속 공무원을 최대 1만 명 늘리면서 체포 및 구금 권한을 확대하고, 국경 지대 불법 입국자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이민 규제 행정명령처럼 법원 결정에 가로막히지 않도록 대통령 명령보다 아래 단계인 장관의 각서 형태를 취했다.



CNN 등 미 언론들은 시간이 지나면 이번 조치가 1차 이민 규제 행정명령에 버금가는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우선 단속 및 추방되는 불법 체류자 범위가 대폭 늘어났다. 단속 대상자를 불법 체류자로 한정하지 않고 ‘추방할 수 있는 외국인(removable aliens)’이라고 광범위하게 적시해 사실상 모든 이민자가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불법 체류자 중 마약 거래, 범죄 조직에 가담한 중범죄자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기소 가능한 범죄를 저지른 불법 체류자도 단속 및 추방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했다. 국토안보부 관계자는 CNN에 “불법 체류자가 무면허 운전이나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돼도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2년 발표한 ‘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DACA)’ 행정명령은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기간 DACA 행정명령 폐지를 공약했지만 급격한 이민 규제로 반트럼프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민자들의 구심점인 각 지역의 교회, 학교 등에 대한 먼지떨이식 조사도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은 논평을 내고 “이번 행정각서는 트럼프 정부가 대규모 추방정책을 위해 적법한 절차와 인간 존엄성, 취약한 아이들에 대한 보호마저 짓밟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비난했다.

한편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체결한 모든 자유무역협정(FTA)을 재검토하겠다”며 “많은 경우 무역협정을 새로 업데이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느 특별한 나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지만 한미 FTA도 재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트럼프#이민규제#한인#불법체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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