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줄어든 고교생, 몸무게는 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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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2016 학생 건강검진’ 발표


제대로 못 먹고, 제대로 못 잔다. 운동도 못 한다. 키는 멈췄고 몸무게는 조금 늘었다. 눈이 몹시 나쁘다.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평균 신체건강 상태다. 특히 여고생에게 비만과 키 같은 체격과 운동 및 수면 부족 등 각종 문제가 많았다.

교육부는 22일 ‘2016년도 학생 건강검사 표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765개 표본 학교 학생 8만2883명의 신체 발달 상황 및 건강조사 결과와 초등학교 1, 4학년, 중학교 및 고교 1학년 학생 2만7671명의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최근 3년간 국내 고등학생의 키는 남녀 모두 정체 상태로 10년 전보다 오히려 작아졌다. 고3 남학생의 평균 키는 3년째 173.5cm로 2006년 174.0cm보다 줄었다. 고3 여학생 역시 평균 키가 3년째 160.9cm로, 2006년 161.1cm보다 작아졌다.

박수성 서울아산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는 “경제 발달로 오랜 기간 영양 섭취가 좋았던 만큼 이제는 유전적 한계 때문에 성장 정체가 왔다고 볼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입시 등으로 잠과 운동이 부족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남녀 초등학생과 남자 중학생의 키는 꾸준히 커져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의 키는 152.1cm, 여학생의 키는 152.3cm를 기록했다. 10년 전보다 각각 1.3cm, 2.1cm씩 커진 것이다. 중3 남학생의 평균 키는 170cm로 10년 전보다 1.3cm 커졌다.

체중은 전 연령대에서 증가세였다. 남학생의 평균 몸무게는 초등학교 6학년이 48.2kg, 중3이 63.7kg, 고3이 70kg이었다. 여학생은 초6이 45.5kg, 중3이 54.4kg, 고3이 57.2kg으로 집계됐다. 전체 학생의 비만율은 16.5%로, 9년 전인 2007년(11.6%)에 비해 4.9%포인트 증가했다.

비만율의 경우 눈에 띄는 점은 초중고교 모두에서 도시보다 농어촌 학생들의 비만율이 높았다는 것. 초등학교로 갈수록 도농 간 비만율 격차가 컸다. 비만율이 가장 높은 집단은 농어촌 지역에 사는 여고생들로, 21.8%에 달해 전체 평균보다 5.3%포인트나 높았다.

한편 식습관과 운동, 수면 습관 등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상황이 열악해지고 있었다. ‘아침 결식률’은 초중고로 올라갈수록 4.2%→12.6%→16.8%로, ‘주 1회 이상 패스트푸드 섭취율’은 64.4%→76.1%→77.9%로 증가했다. 반면 우유와 채소, 과일 섭취율은 고등학교로 갈수록 크게 줄었다.

‘주 3회 이상 숨이 차고 땀이 날 정도의 격렬한 운동을 한다’는 학생은 초중고로 갈수록 57.7%→35.8%→24.4%로 크게 줄었다. 특히 여고생은 운동 부족이 매우 심각해 ‘주 3회 이상 격렬한 운동을 한다’는 대답이 12.3%에 그쳤다. 남고생(35.6%)의 3분의 1 정도였다. 여고생은 수면 부족도 심했다. ‘6시간 미만으로 잔다’는 응답이 절반이 넘는 53%에 달해 남고생(35.6%)보다 훨씬 많았다.

이 밖에 ‘하루 2시간 이상 인터넷과 게임을 한다’는 응답은 남중생(37.3%)에게서 가장 높았고 ‘음란물이나 성인사이트에서 채팅한다’는 응답은 남고생(9.3%)이 가장 높아 10명 중 1명이 성인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상 가장 큰 문제로 나타난 것은 시력 이상(맨눈으로 0.7 이하)이다. 시력 이상 학생은 전체의 55.7%로, 초1은 25.7%, 초4는 47.6%, 중1은 67.8%, 고1은 74.1%로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한국 청소년은 학업량이 워낙 많고 스마트폰 이용 시간도 많아 눈이 혹사되는 과정에서 시력 저하가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김윤종 기자
#고교생#건강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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