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조용휘]만신창이 된 부산시의 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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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휘·부산경남취재본부장
조용휘·부산경남취재본부장
“시장으로서 반성해야 될 점도 있는 것 같고, 직원이나 시민에게 너무 미안합니다.”(서병수 부산시장)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되도록 공직기강을 세우겠습니다.”(박재민 부산시 행정부시장)

“관료들이 바르지 못해 일어난 일로 시민에게 사과드립니다.”(김영환 〃 경제부시장)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감히 상상하기도 힘듭니다.”(홍기호 〃 기획관리실장)

최근 3급(부이사관) A 씨(56)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부산시는 만신창이가 됐다. 부산시 ‘최고위층 4인방’은 행사 때마다 “참담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공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거액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는 A 씨는 22일 직위해제 됐다. 부산시는 이날 부산시인사위원회에 A 씨의 중징계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창원지검은 최근 A 씨가 근무했던 부서를 중심으로 부산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지방정부의 심장부를 겨냥한 검찰의 칼날은 부산시 공무원들이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 일부이긴 하지만 마땅히 가져야 할 공직자의 자세는커녕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공무원이 있었다. 이들에게 청렴과 위민봉사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사치’였을지 모른다.

검찰은 2014년 6월 서 시장이 취임한 이래 부산시청을 6차례나 압수수색했다. 2015년 11월 정무특보실을 시작으로 지난해 7월 유상봉 ‘함바’ 비리, 같은 해 11월 엘시티 사업시행 용역 및 뇌물 수수, 지난달에는 도시계획시설 허위 보상 관련 등으로 시청 사무실을 헤집어 놨다.

부산시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본 것인지, 지난해 10월에는 민간 건설사가 “채무를 변제하라”며 시청 사무실의 컴퓨터와 집기에 압류 표시인 ‘빨간 딱지’를 붙이기까지 했다. 당시 시장실의 강제집행만은 간신히 면했다. 한 공무원은 “부산시가 마치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비쳐 얼굴을 들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사무실이 쑥대밭이 될 때마다 “어쩌다가…, 또”라는 자조만 있었을 뿐 대책은 마땅찮았다. 부산시민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했고 공직자의 신뢰는 곤두박질쳤다.

서 시장은 “대부분 일이 전임 시장 때 생긴 것”이라며 억울해하지만 부산시의 이 같은 분위기는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무색했던 그의 과거 인사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서 시장은 취임 이후 5차례 대대적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파격적이거나 혁신적인 발탁 인사는커녕 인사의 기본인 논공행상도, 일벌백계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승진 시기만 채우고 적당한 ‘끈’만 쥐고 있으면 오히려 요직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조직에 긴장감이나 도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두 명’만 손보면 부산시가 제대로 돌아갈 것”이란 시중의 얘기를 서 시장은 알고나 있을까.

부산시가 최근 급히 마련한 ‘청렴시정 워크숍’에 나온 강사는 ‘형직영정(形直影正) 형왕영곡(形枉影曲)’이라고 했다. 모습이 바르면 그림자도 반듯한 법이고, 굽어 있으면 그림자도 구부러지는 법이란 뜻이다. 부산호(號)를 이끄는 서 시장이 비인부전(非人不傳·예를 갖추지 않는 자에게는 글씨를 가르치지 않는다)의 마음으로 극약처방을 내놓을 때다.

조용휘·부산경남취재본부장 silent@donga.com
#부산 부동산 투기 의혹#부산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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