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이권효]대구공항 이전 ‘대구 중심’ 벗어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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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국방부가 대구공항 예비 이전(移轉) 후보지를 16일 발표한 후 대구시에는 “이전 계획이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싱글벙글하는 분위기가 감돈다. 그러나 공항 이전은 이제 시작일 뿐 예상되는 난관도 많다. 큰 사업을 추진할 때 ‘대구 중심적’ 태도로 쉽게 흥분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우쭐해지기 쉽다. 차분하고 세밀하게 추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구시는 공항이 이전하면 대구 경북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길 것처럼 말하지만 대구 안에서도 예비 후보지 주민 사이에 적잖은 인식 차이가 있다.

대구시가 제시하는 이전 청사진의 핵심은 “새 공항이 생기면 인천공항으로 가지 않아도 미국과 유럽을 편리하게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활주로 길이를 장거리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3500m 이상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장거리 노선이 있어야 항공물류도 가능하다.

그러나 활주로를 길게 만든다고 해서 미주와 유럽 노선이 저절로 생기는 건 아니다. 정부 간 합의와 항공사의 판단, 국내 항공정책이 맞물리는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김해공항의 경우 현재 12개국 42개 도시를 연결하지만 미주와 유럽 노선은 없다. 95%가 아시아권이고 나머지는 괌이나 사이판 노선이다. 유럽 직항 노선이 하나 있었지만 수년 전 중단됐다. 공항을 확장하더라도 불투명하다는 이야기가 많을 만큼 미주와 유럽을 연결하는 장거리 노선은 어려운 문제다. 막연한 희망으로 이뤄질 일이 아니다.

대구시가 이런 측면을 시민이나 예비 후보지 주민에게 솔직하고 명확하게 설명해 괜한 기대로 가슴만 부풀지 않도록 유의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대구시민 중에는 지금의 공항을 그대로 사용하자는 생각이, 예비 후보지인 군위, 의성 주민들은 공항이 생기더라도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두루뭉술한 청사진보다는 어떻게 해야 장거리 노선이 가능한지 주민들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주민투표에서 반대에 부닥쳐 이전이 무산될 수도 있다.

대구시는 대구 중심적 자세로 이전을 추진해 일방통행식이라는 느낌을 경북 도민들이 받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대구의 숙원인 상수도 취수원을 구미 안동 등 경북 쪽 낙동강으로 옮기려는 계획도 대구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바람에 10년째 진전이 없는 현실이 좋은 반면교사다. 공항 이전은 이보다 훨씬 복잡한 사안이다. 대구시가 마찬가지로 일방적 태도를 보인다면 경북 쪽의 거부감만 커질 수 있다. 무엇보다 대구시가 장거리 노선 도입에 활주로 길이를 넘어서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게 시급해 보인다.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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