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 10년치 자료 요구한 野… 언제까지 ‘기업 때리기’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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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최근 삼성전자에 대해 10년 동안 고용노동부와 주고받은 공문, 반도체 생산공정, 하청업체 목록 등 100여 건의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 자료를 토대로 반도체 공정과 백혈병 발병 사이의 관계를 입증해 아직 구제받지 못한 피해자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2007년 삼성전자 기흥공장 근로자의 사망으로 시작된 ‘백혈병 논란’은 작년 초 조정위원회의 합의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청문회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야당은 백혈병에 걸린 근로자 중 상당수가 보상을 받지 못한 만큼 추가 조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해 대법원은 백혈병에 걸린 근로자에 대해 산업재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야당이 기밀자료까지 요청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 중국 등 경쟁국 기업에 기업의 생산 노하우가 담긴 영업기밀이 통째로 넘어간다면 국가적 손실이다. 야권이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기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삼성 길들이기’를 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문이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도덕적 해이 등으로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커진 것도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도 정치권이 감정적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은 진실 규명과 상관없는 소모전이다. 청문회 자료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관련 자료를 제대로 분석해야 백혈병 피해자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삼성의 브랜드 평판이 지난해 세계 7위에서 올해 49위까지 떨어졌다는 미국 여론조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 대표 기업을 보는 세계의 시각이 빠르게 식고 있어 국가 신인도 추락을 각오해야 할 판이다. 1월 대기업 취업자 수도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기업이 신규 채용을 줄이기 시작해서다. 야권이 기업에 호통을 쳐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근시안적인 사고다. 비뚤어진 시장의 기능을 바로잡아 전체 국민의 복리후생을 늘리자는 공정사회의 가치를 정치권 스스로 훼손할 수도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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