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10년뒤 한국사회, ‘명량’이냐 ‘곡성’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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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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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흥행작을 통해 본 ‘미래 한국’ 4대 시나리오

10년 후 한국의 미래를 조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어떤 현상의 이면에 자리 잡은 동인을 제대로 파악하면 다양한 
미래상을 점쳐볼 수 있고 시나리오별로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 위부터 영화 ‘명량’ ‘국제시장’ ‘내부자들’ ‘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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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한국의 미래를 조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어떤 현상의 이면에 자리 잡은 동인을 제대로 파악하면 다양한 미래상을 점쳐볼 수 있고 시나리오별로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 위부터 영화 ‘명량’ ‘국제시장’ ‘내부자들’ ‘곡성’. 동아일보DB
우리의 미래는 ‘유동적이고(volatile) 불확실하며(uncertain) 복잡하고(complex) 모호한(ambiguous)’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일각에서는 ‘거대한 초복잡성’ 앞에 우리가 놓여 있다고 진단한다. 이처럼 극심한 변화가 예상될 때에는 시나리오 플래닝을 활용해 미래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게 바람직하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하나의 미래를 예측하던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동인을 파악해서 다양한 미래상을 그려 보는 경영 방법론이다. 따라서 예측 실패로 인한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 위협 요소를 조기에 파악하고 대응책을 수립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경영 현장에서 자주 활용되고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218호(2월 1호)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미래 한국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최근의 정치적 혼란과 외교적 딜레마, 경제성장 둔화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10년 후 한국의 미래를 조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어떤 현상의 이면에 자리 잡은 동인을 제대로 파악하면 다양한 미래상을 점쳐 볼 수 있고 시나리오별로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 DBR에 실린 미래 한국 시나리오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양대 축

10년 후 한국 시나리오를 결정할 양대 축은 무엇일까. 한국의 글로벌 위상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부분은 단연 경제성장이다. 경제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내수 시장 활성화와 수출 경쟁력 확보다. 미국 내수 시장은 실리콘밸리에서 지금도 쏟아지고 있는 스타트업과 그들을 지원하는 투자 생태계 덕분에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자영업 또는 1인 사업장 중심으로 내수 시장이 구성되어 있으며 서비스업의 생산성도 낮은 상황이다. 따라서 내수 시장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내수 시장의 양적·질적 개선 기회가 아직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수출 경쟁력 역시 경제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동인이다. 과거 한국은 적당한 품질에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지만 지금의 경영 환경에서 이런 전략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다행히 스마트폰, 자동차, 화장품 등에서 선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등장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철강, 화학, 건설, 소비재 등 타 산업에서 얼마나 많은 스타플레이어를 추가로 발굴하느냐가 향후 수출 경쟁력과 경제적 성과를 좌우할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변수를 추가하자면 ‘4차 산업혁명’을 꼽을 수 있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에 의한 기술 융합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조업의 혁신은 고용을 위축시킬 위험이 있어 내수 성장에는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유통에서의 혁신, 즉 ‘리테일 4.0’이나 콘텐츠 산업 혁신이 병행되어야 한다. 내수 시장 활성화, 수출 경쟁력 확보와 4차 산업혁명 주도 여부 등에 따라 10년 후 한국 경제는 ‘성장 재점화’와 ‘성장 절벽’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뉠 것이다.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또 다른 축은 사회적 통합 여부다. 심화되고 있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갈등,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간의 신뢰 및 협력에 대한 의구심, 진보와 보수의 충돌, 부유층과 중산층 이하의 계층 갈등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가 미래의 모습을 결정할 중요한 요인이다. 사회의 주도권이 누구에게로 넘어갈 것인가도 관건이다. 다양한 집단과 계층의 목소리가 균형 있게 채택될 것인가, 아니면 기득권 세력의 주도권이 유지되고 이로 인한 갈등이 지속될 것인가는 중요한 변수다. 결국 10년 뒤 한국은 사회적 통합, 아니면 분열이라는 양 극단의 방향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 위대한 전쟁이냐 곡성으로 가득 차느냐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통합 여부를 두 축으로 해 한국의 미래 시나리오를 4가지로 작성해 볼 수 있다(이해를 돕기 위해 각 시나리오를 한국 영화 대표 흥행작과 연결시켰다). 일단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4% 이상의 경제성장과 사회 통합을 동시에 일군 일명 ‘명량’ 시나리오다.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을 물리쳤던 것처럼 해당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 중 일부 영역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며 화려하게 비상할 것이다. 글로벌 경제성장을 이끄는 주요 국가로 국제사회에 의미 있는 역할도 할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로 경제적 성과는 높지 않으나 사회적 통합에 기반을 둬 안정적 사회로 진입하는 미래상을 가정해 볼 수 있다. 이 시나리오는 가난하고 힘들었지만 똘똘 뭉쳤던 영화 ‘국제시장’ 속 가족들의 이미지와 유사하다. 경제성장률은 2%대에 머물겠지만 젊은 세대와 중산층 이하의 요구가 사회적으로 충분히 반영되고 경제 정의 및 복지가 중시될 것이다. 단, 현재 경쟁력이 있는 전자나 자동차 산업 등에서의 혁신은 지속될 수 있지만 타 산업의 경쟁력은 답보 상태에 머무를 확률이 높다.

세 번째는 성장 재점화에는 성공하나 사회적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이른바 ‘내부자들’ 시나리오다. 경제성장률이 3%대를 유지하며 미국, 중국의 성장률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다. 다만 내수보다는 수출에 의존하는 성장이 이어질 것이며 제조업의 기술 혁신으로 국내 고용은 더 위축될 수 있다. 사회적 불균형이 확대되고 양극화 현상도 심화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경기 침체와 사회적 충돌이 맞물리는 일명 ‘곡성’ 시나리오다. 세대 간, 계층 간 ‘한쪽이 이득이면, 한쪽이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해질 것이다. 또 정책적 오류가 정치적 무관심을 야기할 수 있다. 국민의 생계형 부채가 증가하고 선진국과 후발국 사이에서 대한민국 기업들은 어떠한 기술적 차별성도 갖지 못할 것이다. 외교적 영향력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목적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점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미래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동인 중에는 통제가 불가능한 요인도 있지만 준비를 통해 일부 통제할 수 있는 요인도 존재한다. 사회적 통합 여부는 통제하기 어렵지만 경제적 성과 측면에서는 한국의 경제 주체들이 대응에 나설 수 있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과 대비가 절실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각국은 이제 다시 비슷한 출발선상에서 경쟁을 시작할 것이다. 또 내수 시장 활성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10년 후 한국의 모습을 결정하기 위한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심태호 AT커니 한국사무소 파트너 Taeho.Sim@atkearney.com
정리=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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