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대선판에서 물러나고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도 대선후보 지지율 정체 현상을 보이면서 TK(대구경북)의 인물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이대로 가면 TK의 정치적 위상이 곤두박질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의식으로 보인다.
김 의원에게는 미안하지만 대선 출마 선언도, 불출마 선언도 대선주자로서 그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힘이 되지 못했다. 험난한 과정을 거쳐 야권의 불모지라던 대구에서 20대 국회의원이 됐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내세운 ‘지역주의 극복을 통한 공생과 상생’이라는 프레임(인식틀)은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김 의원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 이후 TK를 대표하는 대선주자급 인물로 꼽히는 유 의원도 전국적으로 이름은 알려져 있지만 정작 TK에서는 ‘외면받는’ 형편이다. 여론조사에서 유 의원의 지지율은 TK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10% 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가 내세우는 대선 프레임도 명확하지 않다. 유 의원은 대선주자 가운데 자신이 유일한 경제 전문가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경제는 매우 복잡하다. 경제학 박사라고 해서 “나만이 경제 전문가”라고 주장하는 슬로건은 대선주자에게 어울리지도 않거니와 동시에 공허하게 들린다.
더욱이 유 의원에 대해 ‘까칠하고 차갑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꽤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포용적이라는 느낌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미덥지 못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적인 면을 떠나 인간적으로 약점이 될 수 있어 호감을 사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 탄핵 사태를 보는 TK에는 안타까움의 정서가 흐른다. 안타까움은 비난이나 무작정 감싸기의 감정과는 다르다. 유 의원이 고향인 TK에서 예상보다 호응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 박 대통령과의 대립만을 강조할 뿐 포용하려는 분위기를 만들어 지역 민심에 다가가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유 의원이 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하려면 이 같은 지적을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는 데 기자도 공감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지지하는 ‘용포럼’(회원 7만 명 추산)이 14일 오후 2시 대구 엑스코에서 창립대회를 연다.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김 지사가 ‘무주공산’이 된 TK를 상징하는 인물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선 단체장 경력은 국가경영능력의 한 토대가 된다. 김 지사가 풍기는 포용적 리더십도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력한 대선주자가 있느냐 없느냐는 TK의 절박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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