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목소리로 현장 가늠? 실제 상황실선 금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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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상황실 다룬 ‘보이스’… 제 근무자들이 말하는 ‘드라마와 현실’

《 “코드 제로(0), 코드 제로.” 2일 오후 9시 반 전국에서 가장 많은 신고 전화가 접수되는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1만2000건)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112 종합상황실에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가스 밸브를 끊어 폭발시키겠다”라는 협박 전화가 걸려 왔기 때문이다. 》
 
 
2일 서울지방경찰청 112 종합상황실에서 만난 김희정(왼쪽) 김상희 경위.이들은 “현실과 드라마가 다른 모습이지만 조금이라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현장에 출동하려는 노력은 똑같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cut@donga.com
2일 서울지방경찰청 112 종합상황실에서 만난 김희정(왼쪽) 김상희 경위.이들은 “현실과 드라마가 다른 모습이지만 조금이라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현장에 출동하려는 노력은 똑같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cut@donga.com
숨 가쁘게 들려오는 전화기 너머와 달리 접수를 한 김상희 경위(44·여)는 차분한 목소리로 신고자 위치와 상황을 물었다. 같은 시간 종합지령대 요원 김희정 경위(40)는 곧바로 인근 경찰서에 출동 명령을 내리고, 119 소방 상황실 등 관계 기관에 지원을 요청했다.

3분이 지났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순찰차가 현장에 도착했다. 다행히 단순 부부싸움으로 실제 가스 누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김상희 경위는 “현장 상황을 속단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신고 전화든 늘 긴장된 상태로 다룰 수밖에 없는 것이 112 상황실 요원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두 경위는 서울청 112 종합상황실의 베테랑으로 각각 20년, 16년의 경찰 생활 중 절반가량을 상황실 요원으로 근무했다. 이들은 112 상황실 경찰관들의 활약상을 다룬 OCN 드라마 ‘보이스’의 현실 속 모습과 가장 가까운 인물들이다. 이 드라마는 첫 회 시청률 2%를 시작으로 5회는 최고 시청률 6.6%(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드라마와 현실 속 112 상황실을 비교해 들어봤다.

112 상황실 요원 역의 배우 이하나
112 상황실 요원 역의 배우 이하나
극중 주인공 이하나는 112 상황실장으로 목소리만으로 현장을 파악하는 ‘보이스 프로파일러’라는 이색적인 전문가로 등장한다. 하지만 실제 경찰관들은 보이스 프로파일러가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목소리만으로 현장을 가늠하는 것은 금기라고 지적했다.

김희정 경위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담담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조그만 일에도 대단한 일처럼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오히려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목소리만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 112 상황실 요원에게는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반면 이하나가 신고자의 정확한 위치를 알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실제 모습과 똑같다. 김상희 경위는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 신속한 출동과 후속 수사를 할 수 있다”라며 “이를 위해 상황실에서도 갖가지 노력을 한다”라고 말했다. 김희정 경위는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나 와이파이 추적 등 기술이 많이 발전했지만 무엇보다 신고자의 정확한 현장 설명이 가장 중요한 정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비(非)긴급 전화로 인해 애를 먹는 경찰관들의 모습을 다룬 장면들은 상황실 내에서 큰 공감을 얻었다는 말도 나왔다. 실제로 112 상황실에 접수된 사건 중 경찰이 긴급 신고(코드 0, 코드 1)로 분류한 것은 2013년 19.2%, 2014년 23% 2015년 20%에 그쳤다.

김상희 경위는 “‘하수구가 막혔다’, ‘술에 취했다’ 등 생활 민원이나 긴급하지 않은 신고전화가 절반을 훨씬 넘는다”라며 “112는 긴급 범죄 신고 전화라는 점을 국민이 다시 한번 기억해 주기 바란다”라고 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112 상황실#보이스#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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