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집중투표제 등 상법개정안 통과땐 투기자본 놀이터 될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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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5가지 쟁점 검토 보고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상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기업들이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2일 ‘상법개정안 5가지 쟁점에 대한 검토의견’ 보고서에서 “상법개정안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주장했다. 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상법개정안과 관련한 경제계 의견을 모아 국회에 전달한 데 이어 재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한경연은 상법개정안의 주요 조항들이 해외 투기자본의 국내 기업 경영권 개입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부 항목으로는 △감사위원 분리 선임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우리사주조합 사외이사 후보추천권 부여 등을 거론했다.

감사위원 분리 선임은 일반 이사와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출하고,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한경연은 외국계 투기자본이 소위 ‘지분 쪼개기’로 3% 제한을 피해갈 수 있다고 봤다. 지분 10%를 가진 해외 펀드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되지만, 이 펀드가 4개의 펀드로 지분 쪼개기를 한 뒤 2.5%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대주주보다 주식을 적게 보유하고 있더라도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사를 다수 선임할 수 있게 된다.

집중투표제 의무화도 마찬가지다. 한경연은 “미국, 일본 등 20여 개국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했지만 의무화한 나라는 러시아, 멕시코, 칠레 등 3곳뿐이다”고 밝혔다. 미국은 1940년대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지만 ‘기업 사냥꾼들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이란 부작용을 경험하면서 대부분 임의규정으로 전환했다.

한경연은 다중대표소송제의 경우 자회사의 장기적 투자 분위기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자회사 경영진의 투자 결정에 대해 불만을 가진 모회사 주주가 이 조항을 활용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석훈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국회에서는 현재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은 논의조차 하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에는 없는 규제들만 무더기로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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