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현의 신간산책] 멸종할 인류를 구원하라, <인간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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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2월 9일 11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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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타인의 눈과 입을 통해 세상을 보기 위함이다.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은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서로의 관점과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주위 세계와 인간 본연에 대한 이해를 넓혀갈 수 있다. 과학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생한 사건 현장으로 데려다 줄 신간, <인간이후-인류의 대량 멸종과 그 이후의 세상/쌤앤파커스>이 출간됐다.

<인간 이후> 표지(출처=IT동아)
<인간 이후> 표지(출처=IT동아)

감히 인류의 종말을 예언하는 자가 있다. 그 예언의 증거가 단순히 도서관과 관련 문헌들을 파헤친 결과는 아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전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현장 연구자들을 직접 만나 두 눈으로 확인한 결과다. 그러니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가 없다. 직접 두 발로 뛰어다니며 들려주는 여러 사례를 접하다 보면 그의 주장에 점점 고개가 끄덕여 진다. 그는 바로, 전 세계를 두 발로 뛰어다니며 글을 쓰기로 유명한 미국의 과학저널리스트, '마이클 테너슨'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미래를 향한 학자들의 경고는 빗발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인류 종말이 멀지 않았다는 경고가 매일 늘어간다. 이는 과연 과장된 것일까? 이 책은 과거의 멸종 사건들, 인간과 자연의 진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진화적 변화들, 이들을 토대로 앞으로 다가 올 변화에 대해 다루고 있다. 다가 올 미래, 어떠한 세계가 펼쳐질 것인가? 물론 답이 정해진 건 아니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원래 생태계 안에서 멸종은 존재했고 또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다. 역사적으로 멸종은 항상 회복과 동시에 또 다른 창조를 가져왔다. 특히 '대량멸종'은 기존 생명체를 갑작스럽게 몰아내고 새로운 생명체가 형성될 공간을 마련하며 자연을 재편했다. 그러나 그 대상이 우리라면? 이 책의 원제는 [다음 종, The Next Species]이다. 다음 종? 우리가 사라지고 난 이후의 종이라고?!

지금까지의 지구 역사 전체를 24시간이라고 본다면, 겨우 마지막 몇 초를 남겨두고 등장한 우리는 단기간에 엄청난 일들을 벌였다. 저자는 그 짧은 사이에 거대한 '퍼펙트 스톰'을 몰고 있는 우리 '종'이 지구에 온갖 해를 가하면서도 정작 우리 자신은 어떤 피해도 입지 않을 거라 착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미 오염물질로 죽어가는 토양, 항생제 내성과 새로운 질병(슈퍼버그)들의 출현, 기후변화와 대양 순환의 악화로 변해가는 해양환경의 변화만 봐도 지난 반 세기 동안 일어난 변화가 얼마나 크고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세계 곳곳의 자연생태 변화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한 저자는, 지구 생명의 다양성 상실은 인류에게 중대한 의미를 지니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염려한다. 숲에 사는 여러 다양한 동물들이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얼마나 보호해주는지, 또한 생존에 필요한 깨끗한 물을 제공하고 토양의 오염 물질을 분해하며 온도와 바람, 파도를 조절하는 많은 생물들도 그렇고, 우리에게 진짜 보물은 휘황찬란한 고층빌딩과 슈퍼카가 아닌 바로 '자연' 그 자체다.

인류의 행운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까? 그 답도 자연이 쥐고 있다. 영원한 것은 없듯이 우리도 언젠가 멸종할 것이다. 멸종은 자연 과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시기를 우리 스스로 앞당기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구라는 행성은 어떤 모습이 될까? 물론 생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포식자가 나타나겠지만, 인간의 무자비한 압력이 사라진 자연에는 기나긴 평화가 지속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멸종을 피해 우리는 다른 행성을 찾아 가야 할까? 실제로 과학자들은 현재 우리 태양계와 동일하게 다른 별을 공전하는 행성을 찾고 있다. 물론 우리가 거주 가능한 행성이어야 한다. 풀어야 할 과제도 쌓여있지만, 인류의 자멸을 막으려는 노력이 한창 진행 중이다. 또한 인류도 변하고 있다. 지난 1만 년 동안 우리의 식단과 질병 적응능력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유전적으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사회 변화도 진화적 적응 형질을 낳았다. 이 외에도 유전자 조작, 뇌의 업로드, 인공지능 등 미래를 향한 많은 변수가 있다.

하지만 인류가 지구의 모습을 너무 심하게 바꿔놓았기 때문에, 자연이 적응할 여유 공간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인류의 자멸을 막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들며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 이 책을 읽어야 할 분명한 이유다.

글 / 오서현 (oh-koob@naver.com)

(출처=IT동아)
(출처=IT동아)

ohs국내 대형서점 최연소 점장 출신으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책과 독자를 직접 만났다. 예리한 시선과 안목으로 책을 통한 다양한 기획과 진열로 주목 받아 이젠 자타공인 서적 전문가가 됐다. 북마스터로서 책으로 표출된 저자의 메세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 '오쿱[Oh!kooB]'이라는 개인 브랜드를 내걸고 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관계를 연결하려 한다(www.ohkoob.com). 새로운 형태의 '북네트워크'를 꿈꾸며 북TV, 팟캐스트, 서평, 북콘서트MC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다.

동아닷컴 IT전문 이문규 기자 mun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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