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치르려던 美신사옥 기공 LG전자, 대대적 홍보한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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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투자 압박에 계획 변경… 美가전공장 설립 검토시간 벌어

LG전자가 7일(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 주에서 LG 북미 신사옥(총면적 6만3000㎡) 기공식을 열었다. 총 3억 달러를 투자해
 2019년 완공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신사옥을 통해 미국 지역 경제에 매년 약 2600만 달러(약 297억 원) 규모의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사진은 신사옥 조감도. LG전자 제공
LG전자가 7일(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 주에서 LG 북미 신사옥(총면적 6만3000㎡) 기공식을 열었다. 총 3억 달러를 투자해 2019년 완공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신사옥을 통해 미국 지역 경제에 매년 약 2600만 달러(약 297억 원) 규모의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사진은 신사옥 조감도. LG전자 제공

“미국에 투자하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청에 국내 기업들이 일단 화답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미국 우선주의’가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이 한창이다.

LG전자는 7일(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 주에서 ‘LG 북미 신사옥 기공식’을 열었다. 총 3억 달러(약 3432억 원)를 투자하는 신사옥을 통해 북미지역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LG전자는 “북미 신사옥을 건립하면 세금, 일자리 창출 등 매년 2600만 달러(약 297억 원) 규모로 지역 경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사옥 건축 과정에서 건설 관련 일자리만 2000개 이상 생긴다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LG전자 측은 “북미 신사옥은 2009년부터 추진했던 사안이며 트럼프 압박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LG전자가 신사옥 기공식을 대대적으로 연 것이 트럼프 압박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지 소식통은 “기공식을 당초 조용히 조촐하게 치르자는 분위기였는데 트럼프의 미국 내 투자 압박이 노골화하면서 계획이 달라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LG가 미국에 깊게 뿌리박은 회사’임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어 기공식 행사 규모를 키우고 현지 언론을 통한 홍보도 강화한 것 같다는 얘기다.

LG전자로서는 이번 행사를 통해 미국 내 가전공장 설립에 대한 세부적 검토를 마칠 시간을 일단 벌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LG전자는 지난달 초 “미국 가전공장 설립 여부를 상반기(1∼6월)에 결정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한 바 있다.

트럼프는 2일(현지 시간) ‘삼성전자가 미국에 가전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외신 보도를 인용해 트워터에 ‘생큐 삼성!’이란 글을 남겼다. LG전자와 마찬가지로 미국 내 가전공장 설립과 관련해 “검토 중”이라는 대답으로 시간을 벌어왔던 삼성전자를 압박하려는 의도였다는 게 현지 언론의 관측이다.

삼성그룹은 트럼프 압박에 대응할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8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그룹 수요사장단회의에서는 ‘국제질서 변화와 한국’이란 강의가 열렸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상황 속 변화를 예측하고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지난주 수요사장단회의 주제 역시 ‘글로벌 경제 전망과 한국 경제의 돌파구’였다.

지난달 미국 테네시 주에 연간 550만 개 생산 규모의 타이어 공장을 지은 한국타이어는 올해 현지에서 70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올해 말 본격 가동 예정인 이 공장에서는 현재 300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을 예상해 공장을 짓고 채용을 진행한 것은 아니지만 타이밍이 맞아떨어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회사와 현지 생산라인을 운영 중인 한국 유럽 일본 자동차회사들에 공급할 계획이다.

5년간 31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밝힌 현대자동차는 현지 생산라인 건설에 대해서는 “수요가 생기면 검토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lg#트럼프#국내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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