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헤어진 모자 상봉’ 이끌어낸 경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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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경찰청 ‘장기 실종자 추적팀’… 발대식 5일만에 성과 올려
베테랑 경찰 10명 투입 집중수사… 소식 끊어진 32명 행방 확인 기대

경북지방경찰청 장기 실종자추적팀의 추적 끝에 찾아낸 아들 장모 씨가 6일 3년여 만에 경북 상주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 제공
경북지방경찰청 장기 실종자추적팀의 추적 끝에 찾아낸 아들 장모 씨가 6일 3년여 만에 경북 상주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 제공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소.”

외아들을 애타게 찾던 80대 노모는 3년여 만에 집으로 돌아온 자식의 얼굴을 만지며 눈물을 흘렸다. 지체장애인 50대 아들은 6일 “못난 자식이 이제 왔다. 다시는 집을 나가지 않겠다”며 노모의 품에 안겼다.

경북지방경찰청의 ‘장기(長期)실종자 추적팀’이 1일 발대식을 하자마자 첫 성과를 냈다.

지체장애 3급인 장모 씨(54)는 2013년 10월 경북 상주의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 박모 씨(84)가 마을 주변을 찾아다녔지만 행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아들은 휴대전화도 없었다. 40여 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키운 아들에 대한 그리움은 시간이 갈수록 더했다. 아들이 돌아올 것으로 믿고 신고를 미룬 박 씨는 죽기 전에 얼굴이라도 봐야겠다는 심정으로 지난해 10월에서야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

박 씨의 신고를 인계한 실종자추적팀은 상주경찰서에 있는 아들의 자료를 확인하고 추적을 시작했다. 그 결과 3일 장 씨가 지난해 6월 전남 목포의 병원 5곳에서 치과 및 내과 진료를 받은 기록을 찾아냈다. 2015년 12월 신안군 자라도 보건진료소에서 치료받은 기록도 여러 건이 나왔다. 경찰은 4일 목포 해당 병원과 직업소개소 등을 탐문해 장 씨의 거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5일 자라도 김 양식장에서 일하는 장 씨를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장 씨는 초등학생 수준의 의사소통을 했다”며 “어머니 소식을 전하자 슬픈 표정으로 ‘너무 보고 싶다’는 말부터 하더라”고 말했다.

경찰은 돈을 벌기 위해 무작정 가출했다는 장 씨가 자라도에서 일하게 된 과정을 조사 중이다. 양식장 주인이 폭행을 하고 임금을 체불했는지도 수사할 방침이다.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경찰 10명으로 구성된 실종자추적팀은 1년 이상 가족과 소식이 끊어진 33명을 집중 추적하고 있다. 이번에 장 씨를 찾아내 32명이 남았다.

실종자추적팀은 지난해 7월 행방불명됐던 지적장애 2급 여성을 찾아 가족에게 돌려보낸 일이 계기가 돼 구성됐다. 이 여성은 3년여 전 함께 살던 할아버지가 숨지자 어머니를 찾겠다며 성주군에서 대구시로 걸어가다 실종됐다.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1년간 딸을 찾아 헤매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지난해 5월 실종된 여성의 진료기록을 발견하면서 수사를 다시 시작했다. 경찰은 기록이 나온 병원을 수사해 건강원에서 일하며 지내는 여성을 찾아냈다.

박화진 경북지방경찰청장(뒷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과 장기 실종자추적팀 직원들이 1일 발대식을 한 뒤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 제공
박화진 경북지방경찰청장(뒷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과 장기 실종자추적팀 직원들이 1일 발대식을 한 뒤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 제공
경북지역에서 실종 사고는 지난해에 4239건이 접수됐고 이 가운데 174명(18세 미만 14명 포함)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일선 경찰서에서 조금씩 찾아내고는 있지만 실종자 찾기에 전념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첫 성과를 낸 실종자추적팀이 좀 더 일찍 구성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나오는 까닭이다.

박화진 청장은 “추적팀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만큼 실종자 찾기에 성과를 내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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