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의 팁인] 한 명 다치면 어쩌라고…KBL, 심판수가 부족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7일 05시 45분


바셋과 충돌해 쓰러진 황인태 심판. 사진제공|KBL
바셋과 충돌해 쓰러진 황인태 심판. 사진제공|KBL
5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펼쳐진 모비스-오리온의 ‘2016∼2017 KCC 프로농구’ 5라운드 경기. 2쿼터 막판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황인태 심판과 오리온 외국인선수 오데리언 바셋이 충돌했다. 백코트를 하지 않고 공격 코트에 남아있던 바셋은 팀이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자 패스를 받으려고 움직이면서 볼을 잡은 동료를 바라봤다. 황 심판도 빠르게 달려가면서 볼이 있는 곳을 주시했다. 이 때문에 둘은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세게 부딪혔다. 둘 다 코트로 나뒹굴었으나,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어서 잠시 후 경기는 재개됐다.

만약 황 심판이 큰 부상을 입었더라면 이날 경기는 3심이 아닌, 2심으로 진행될 뻔했다. 대기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KBL은 정규리그 동안 매 경기 심판 3명만을 배정하고 있다. 경기 도중 돌발상황이 발생해 심판 1명이 더 이상 출장할 수 없게 되면 2심제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KBL은 플레이오프(PO)에만 4명의 심판을 파견한다.

KBL 규정상으로 하자가 없다. 그러나 2015∼2016시즌부터 계속 심판수 부족에 따른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음에도 KBL은 요지부동이다.

심판 수준의 질적 향상과 젊은 심판 육성 등 KBL이 심판수를 최소화하는 표면적인 이유들에 대해선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그러나 이 같은 급격한 변화로 인해 판정의 질이 떨어지고, 심판수 부족에서 비롯되는 문제점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KBL도 한 번쯤은 뒤를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KBL은 최근 1명의 객원심판을 추가했다. 2015∼2016시즌을 마친 뒤 KBL이 정리했던 베테랑 심판들 중 한 명이다. 이제는 총 15명이다. 동시에 열리는 정규리그 최종전 5경기는 심판 부족 사태 없이 치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지난해 11월처럼 심판을 징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재발되면 다시 인원이 모자라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2015∼2016시즌 막판 심판들이 경기시간을 잘못 체크하는 큰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KBL은 배정을 정지하는 것이 아니라, 벌금을 많이 부과하는 쪽으로 징계를 결정했다. 심판수가 부족해 배정정지 카드를 깨내들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KBL 경기본부가 심판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점이다.

최용석 스포츠1부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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