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에 “한일 거슬러올라가면 피가 섞였을것…갈등 있더라도 미래는 밝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6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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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아베 총리 부인 인터뷰


아베 신조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를 가까이에서 본 건 한 달 전 일본 외무성 초청으로 도쿄에서 열렸던 '국제여성회의 WAW!'에 참석했을 때였다. 그는 아베 총리의 축하 연설이 있던 첫날부터 행사 내내 자리를 지켰고 다음날 오찬회에서는 '여성의 내면적인 힘'에 대해 스피치를 하기도 했다.

기자가 놀랐던 것은 아키에 여사에 대한 대중적 인기였다. 행사장에 참석한 일본 여성들은 그와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인터뷰 요청을 한 것은 그날이었다. 여사는 동아일보를 잘 알고 있었고 며칠 뒤 비서로부터 긍정적인 검토를 해보겠다는 답변이 왔다. 바람직한 한일관계에 대한 생각과 함께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삶, 그리고 평소 소수자나 반대자를 포용하면서 여사가 말해온 평화와 우애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2주 후 외무성으로부터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리고 며칠 뒤 주 부산 일본국총영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으로 한일관계가 다시 악화일로를 걷던 와중이어서 무산되는 게 아닌가 걱정됐지만, 인터뷰는 예정대로 19일 오후 4시 도쿄 총리관저에서 진행됐다. 통역은 일본에서 여성과학자로 일하는 지리학 박사 송원서 씨가 맡아주었다.

여사는 이틀 전 아베 총리와 함께 필리핀, 호주, 인도네시아, 베트남 4개국을 순방하고 돌아왔다. 새해 들어 유난히 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는 남편을 돕느라 매일 매일 빡빡한 일정으로 바쁜 듯 보였다. 분위기도 풀 겸 '한류'이야기로 시작했다.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나 배우가 있는지" 물었더니 미소가 가득했던 얼굴에 약간 아쉬움이 스치면서 이런 답이 돌아왔다.

"요즘은 드라마 자체를 볼 시간이 없어요. 맨 처음 본 한국 드라마는 '겨울 연가'에요.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때여서 공부삼아 보기 시작했는데 완전히 빠져버렸어요(웃음). 이후에도 시간이 될 때마다 한국 드라마를 자주 봤어요. 배우 중에는 고 박용하 씨와 친해져서 같이 골프도 하고 식사도 했었는데… 돌아가셨을 때는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의 표정에서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한국에도 몇 번 오신 것으로 아는데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대중탕에서) 때를 밀었던 거요."

순간 기자는 물론 동석했던 외무성 직원들을 포함해 6명 모두 크게 웃었다. 여사는 이어 "다른 사람들과 다 같이 옷을 벗고 나체가 되어 누웠는데 때를 밀어주시는 분이 어찌나 정성껏 씻겨주시던지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부끄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스스럼없이 말하는 여사의 모습에서 솔직담백함이 진하게 묻어났다. 분위기는 이내 화기애애해졌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뭘까요…뭘까…. 한국은 사람들끼리의 거리가 가깝다는 느낌이 들어요.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대화를 잘 하고 금방 친해지는 것 같습니다. 일본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따로따로에요. 처음보는 사람과는 대화를 잘 안하고 속도 잘 드러내지 않지요."

-같은 점은요?
"정말 많아요. 부산과 자매 결연을 맺고 있는 시모노세키에서 한일교류축제를 할 때 여러 번 가본 적이 있는데 누가 일본인이고 한국인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생김새가 우선 비슷하잖아요."

-도쿄에 선술집(우즈)을 내고 요리책을 펴낼 정도로 음식에 관심이 많으신데, 한국 음식은 뭘 좋아하세요?
"잡채요. 김치도 좋아합니다."

-맵지 않으세요?
"(고개를 흔들며) 아니요."



-도쿄 김치 만드는 행사에서 입을 크게 벌리고 드시던 사진을 본적이 있어요.
"(주일) 한국대사 부인께서 주최하신 행사에도 참석했고 시모노세키 행사 때에도 참석해 함께 김치를 만들었어요. 준비된 속 재료를 배추 속에 집어넣는 정도였지만요. 집에 김치냉장고도 있어요. 좋은 김치를 만들어 넣으려고 해요"

-무슨 김치가 들어있나요?
"아직은 아무 것도 없어요(웃음)."

-냉장고는 메이드 인 코리아겠죠?
"일본제 김치냉장고는 없으니까요. 한국 분들이 대단한 거 같아요. 일본도 한국의 김치처럼 반찬에 빠지지 않는 쓰케모노(일본식 채소절임)가 있는데 전용 냉장고는 없거든요."

여사의 표현은 절제되어 있었지만 한눈에 봐도 자유분방하면서도 겸손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자유로운 행보 때문에 구설수에도 오른 적이 있었던 그에게 정치인의 아내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일본 미디어들은 여사님을 '가정 내 야당'이라고들 하던데요.
"어떤 가정도 부부나 가족이 다 같은 생각을 갖는 것은 아니잖아요. 저 역시 총리 부인이라고 해도 저만의 생각을 갖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남편을 지지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남편에게 전달되지 않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들을 취합해서 전하는 것도 아내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주변 사람들은 총리가 듣기 싫어하는 말은 안하려 하잖아요. 물론 야당은 예외지만요(웃음)."

-지난 몇 년간 한일관계가 매우 안 좋았을 때에도 한국에 대한 호감을 많이 표현하셨는데 아베 총리의 눈치가 보이지 않았나요.
"아니요. 한국의 축제에 참석한다거나 하는 것은 절대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초청받아서 참석한 것이고 오히려 그런 것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히비야 공원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에 참석한 걸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비판하는 댓글이 많이 달려서 너무 슬펐어요. 한국도 그렇겠지만 언론이 좋은 면을 다룰 때도 있지만, 나쁜 점을 부각시켜 보도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것만 보고 한국은 어떻다, 한국 사람은 어떻다 쉽게 결정을 내려요. 그러면 점점 한국과 멀어지지요. 국익이라는 게 있어서 정치적인 면에서는 부딪히는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데서는 좋은 면도 많이 있잖아요. 개인도 그렇지만 나라끼리도 서로 좋은 것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이후 경색됐던 한일관계는 위안부 합의를 계기로 과거를 넘어 미래로 가자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었다. 그러다 불거진 부산 소녀상 문제가 다시 한일관계를 꼬이게 만들고 있다. 여사가 생각하는 한일관계의 미래는 어떤 것일지 궁금했다.

"한국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일본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나라임에 변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정치대로 여러 프로세스가 있겠습니다만, 정치와는 별개로, 민간 교류를 통해 민간끼리 계속 만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시모노세키와 부산은 엄마배구대회를 열며 매년 서로 왔다 갔다 하면서 경기를 하는데요. 경기가 끝나면 결과에 상관없이 너나없이 맛있는 거 먹고 술도 마시면서 함께 아리랑을 부릅니다. 이런 것들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부 간에는 문제가 있더라도, 국민들끼리는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는 게 중요한거죠."



이 대목에서 여사의 말이 길게 이어졌다.

"한국과 일본은 한참 거슬러 올라가보면 피가 섞여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서로 노력해서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자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람 사이의 관계도 그렇지만 서로 싫다고 등을 돌리면 거기서 끝나버리는 것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맘에 안 드는 게 있어도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저 역시 두 나라 관계가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 수 있을지 고민해보겠습니다. 한국에도 또 가보고 싶어요. 근데 기자님은 한국 문화와 일본 문화가 어떤 점에서 다르다고 생각하세요?"

여사의 돌연한 질문에 순간 기자는 당황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았지만 오늘은 주어진 시간 내(40분)에 가능한 많은 말을 듣는 게 목표였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여사님이 경영하시는 식당에서 사케를 마시며 길게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자 좌중에 웃음이 번졌다.

-혹시 아베 총리 은퇴 후에 한국과의 민간교류 같은 것을 하실 생각은 있으신지요?
"네. 어린이 교류를 하고 싶어요. 또 환경문제에도 관심이 많은데 서로 만나 토론하는 일도 좋을 것 같아요. 작년에 하와이에서 일본과 미국이 주최하는 환경포럼을 개최했는데 올해는 오키나와에서 열어요. 한국과 대만, 중국도 같이 참석하면 좋겠어요. 바다는 이어져 있기 때문에 해양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서로 이야기하면 좋겠어요."

-정치인 아베 총리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요?
"장점이라고 하면…모든 사람들한테 같은 태도를 갖는 것 같아요. 윗사람이라고 해서 굽신거린다거나, 아랫사람이라고 해서 거들먹거린다거나 하지 않아요. 단점은 좀 성격이 급한 것이라 할까요. 말도 빨라요. 요즘은 주변 사람들에게 지적을 받아서 말을 천천히 하려고 노력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더 차분히 들으려 하는 것 같아요."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국민과의 소통에 많은 신경을 쓴다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제한적이긴 합니다만, 가능한 현장에 많이 가려합니다. 재난지역도 찾아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요. 총리 일정이 매일 신문에 모두 나오기 때문에 국민들이 총리가 누구를 만나는지 다 압니다. 정말 5분 10분 단위로 만나요. 거기에서 다양한 민심을 듣고 있어요."

-갈수록 시대가 불확실성이 커지다보니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도 '리더십'을 중요한 주제로 다뤘습니다. 여사님이 생각하는 정치인의 덕목 중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요?
"옳다고 믿으면 밀고 나가는 결단력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국가나 지역에 대해 넓은 시야를 가지고,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는 힘, 그리고 소통 능력도 중요하겠고요. 요즘 많은 외국정상들을 만나고 있는데 정상 회담이라고 해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으로서의 '인간력'도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본 사회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아이들 수는 줄고, 고령화 시대에서 의료비 부담은 커지고, 노동력은 줄어들고 하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만, 저는 지방 활성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도시도 좋지만 역시 일본의 매력은 지방에 있지요.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더 활기차게 살 수 있도록 저 자신도 힘을 보태고 싶어요. 시골에는 돈이 가져다 주는 것과는 다른 진정한 풍요로움 같은 게 있어요. 경제도 물론 중요하지만, 도시에서는 물질적 풍요로움만 고집하고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다행히 요즘 젊은이들 사고방식도 꽤 바뀌고 있어요. 물건에 대한 소유보다는 친구나 동료들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거나, 자동차가 없어도 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 등 말이지요."

-얼마 전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를 하셨을 때 카와이이(일본어로 귀엽다는 뜻) 문화'가 일본 여성의 지위를 낮춘다고 하셨는데 무슨 의미인가요?
"그렇게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았는데(웃음)…일본의 카와이이 문화는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게 하는 문화로서 그 자체로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귀여운 여성, 앳된 여성만을 일본 남성들이 좋아한다고 하면, 모든 여성이 남성들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앳된 행동을 하고, 귀여운 척을 하는 여성이 많아지잖아요. 그러면 여성 본래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 아닐까, 귀여운 여성을 좋아하는 남성이 있어도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 더 성숙한 여성, 본인의 의견을 확실히 말하는 여성을 좋아하는 남성도 많아지면 좋겠다는 그런 취지의 이야기였습니다."

-가끔 역대 퍼스트레이디와는 다른 활동을 하셔서 화제를 모으시던데요, 예를 들어 게이 퍼레이드에 참석하시거나 하는 등 말이지요.
"(미소를 지으며) 갑자기 간 것은 아니고요. 에이즈에 관한 일을 하고 있는데 게이 중에 에이즈 환자가 많으니 그런 행사에 참여해서 직접 그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을 받아 참가하게 된 거에요."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뭐랄까…뭔가 해방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총리 아내는, 정치인 아내는 이래 이래야 된다 '거나 '아베가문의 며느리는 혹은 여자는 이래야 된다' 같은 틀이 있는데, 그쪽 세계는 경계가 없잖아요. 남자인데 여자이고, 여자인데 남자이고. 매우 복잡한 거지요. 그분들을 만나면서 '아, 뭐든 괜찮구나, 나 역시 너무 틀에 얽매일 필요가 없구나' 하는 안도감같은 게 들었습니다."

-제일 힘들었던 일이 있었다면요?
"남편이 첫번째 총리직을 그만뒀을 때요. 왜 이렇게까지 비난을 받아야하는지 많이 괴로웠지요. 그때는 웃는 사람을 봐도 울음이 나올 정도로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랐었어요."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뭘 어떻게 했다기보다…시간이 자연스럽게 해결해주었다고 할까요. 지나고 보면, 오히려 그때의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제게 필요한 경험이었다는 것을 아는데, 힘들 때는 그런 것을 모르지요."

그가 잠시 호흡을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

"저는 평소 제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생각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어려움이 닥쳤을 때에도 나 스스로에게 물어 답을 찾는 편이지요. 물론 다른 사람과 상담을 할 수도 있지만 결국 남의 의견이고 어떻든 결정은 내가 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묻다보면 답이 나오는 거 같아요."

-사생활과 관련한 내용이라 조심스럽습니다만, 일본 언론과 인터뷰한 기사에서 '아이가 없는 것에 대해 책망 받았을 때 힘들었다'고 한 대목이 있었습니다. 그런 고민을 털어놓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특별한 계기라기보다 작년에 주간지 아에라(AERA)가 '아이가 없는 삶'에 대한 특별기획을 하는데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해서 답한 것이었어요."

-불임 때문에 고통을 받으셨나요?
"제 자신이 낙심했다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저를 향해 이야기하는 것들 때문에 낙심을 했어요."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역시 시간이었어요."

좌중에 다시 잔잔한 웃음이 번졌다.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글쎄요. 다시 태어나도 아베 총리랑 결혼하고 싶다고 이야기는 많이 하고 있는데요(웃음), 솔직히 진짜 다시 태어난다면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어요(웃음). 다시 태어나도 일본에 태어나고 싶어요."

-세상의 많은 정치인의 부인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굳이 말씀드린다면 정치인의 아내로서 할수 있는 일을 '즐기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저는 도쿄에서 태어나서 자랐는데 결혼을 해서 남편 고향인 야마구치현에서도 살면서 지방 생활도 경험해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도쿄에서 일하는 샐러리맨이랑 결혼을 했다면, 절대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이지요. 지금도 물론 빡빡한 일정에 힘든 점들도 있지만 경험은 귀중한 거고 다른 직업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잘 '음미해야 할' 체험이라고 생각해요."

-선술집 운영은 계속 하실 건가요?
"네. 시모노세키에는 '우즈하우스'라고 배낭족 게스트하우스도 있어요. 한국 분들도 꼭 방문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경치가 좋고 우즈하우스에서는 사용할 수 없지만, 시모노세키의 일부 상점가에서는 '한국 돈'도 쓸 수 있어요."

-식당을 하면서 가장 배웠던 점이 있다면?
"작지만 어떤 조직이나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역시 힘든 일이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적자는 안 났어요?
"(웃으며)아직 괜찮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아키에 여사는 자신의 저서 '나대로 산다'에 사인을 해서 선물로 주었다. 해맑은 표정과 낭랑한 목소리로 문밖까지 나와 허리 숙여 인사하며 전송하는 모습에서 '영부인'의 근엄함 보다는 '세련된 일본 여성'의 친절함과 소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사 문제' 등 얽히고 설킨 문제들은 잠시 접어두고 현재와 미래 이야기만 나눠보자고' 작심한 인터뷰였다. 두 나라 모두 전후세대가 기성세대가 된 지 오래지만 지난 아픔과 고통의 기억이 사그라들려면 여사의 말대로 더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을 서로 보려고 배우는 두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여사의 말에 공감했다. 한국 기자와 '일본의 퍼스트레이디', 국적도 직업도 온통 다른 것 투성이었지만 한일 두 나라가 세계가 부러워하는 형제국가로 살아가고자 하는 소망만큼은 차이가 없음을 진하게 공감한 인터뷰였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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