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토픽] CAS, 전북 항소 기각…땅에 떨어진 亞 챔피언의 명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6일 05시 45분


전 전북현대 이철근 단장-최강희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전 전북현대 이철근 단장-최강희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미숙한 대응·부족한 근거…예고된 참사
이철근 단장 뒤늦은 사퇴에 비판 여론도
최강희 감독은 이제와서 연맹 잘못 남탓

2017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박탈당한 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를 통해 명예회복을 노렸던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현대가 오히려 망신만 당했다. 10년 넘게 팀을 이끌어온 이철근 단장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지만, 뒤늦은 사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CAS 패소는 ‘예고된 참사’

CAS는 3일(한국시간) “전북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발표했다. AFC의 독립기구인 출전관리기구(ECB·Entry Control Body)는 지난달 18일 심판매수를 통한 승부조작을 근거로 전북의 올해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박탈했다. 이에 전북은 곧바로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CAS는 끝내 전북의 제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ECB의 결정으로 국제적 망신을 산 데 이어 CAS를 통한 뒤집기마저 무위에 그치면서 당초 전북이 의도했던 명예회복은 공염불로 끝나고 말았다.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 전북의 심판매수 의혹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5월이다. 2013년 구단 소속 스카우트가 K리그 심판 2명에게 5차례에 걸쳐 총 500만원의 현금을 건넨 사실이 밝혀진 뒤 이철근 단장과 최강희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나란히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구단은 전혀 책임이 없다는 듯 철저하게 ‘개인비리’로 몰고 갔다.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었고, 이 단장과 최 감독은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를 암시하고도 2016시즌이 끝날 때까지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해당 스카우트는 지난해 9월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전북에 2016시즌 클래식 정규리그 승점 9점 감점과 벌금 1억원의 징계를 내렸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챌린지(2부리그) 강등을 포함한 더욱 강력한 제재도 예상됐으나, 연맹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을 자초하면서까지 경징계에 그쳤다. 당시에도 연맹의 소극적 징계가 AFC의 추가 징계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결국 현실이 됐다.

ECB의 결정에 반발한 전북은 국내 굴지의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통해 CAS 제소 절차에 돌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긁어 부스럼만 만든 꼴이 됐다. 전북은 ‘심판매수가 승부조작으로 이어진 근거가 부족하고, 연맹을 통해 이미 징계를 받은 터라 AFC의 추가 징계는 이중징계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펼쳤지만, 받아들여지기에는 근거가 턱없이 부족했다. 굳이 밟지 않아도 될 CAS 제소로 화만 더 키우고 말았다.

● 처음부터 어긋난 대응방식

4일 이철근 단장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비판 여론은 만만치 않다. 그의 주장대로 스카우트의 ‘개인비리’였다고 치더라도 진정으로 책임질 의사가 있었다면 사태가 처음 불거진 지난해 5월이나, 적어도 법원의 유죄 판결이 나온 지난해 9월에는 합당한 수습책을 내놓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팀의 전지훈련을 지휘 중인 최 감독이 이 단장의 사퇴 소식을 접한 뒤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 발언 또한 수긍하기 힘들다. 최 감독은 ‘연맹이 챌린지 강등 등 더욱 강력한 징계를 내렸으면 이번과 같은 불필요한 과정은 없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해 또 다른 논란을 자초했다. 물의를 빚은 스카우트와 최 감독의 관계는 축구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최 감독 역시 이 단장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욱이 지난해 9월 연맹의 징계 결정 시 별다른 반대 의견을 내놓지 않고 침묵하다 지금에 와서야 연맹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책임 있는 지도자의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2016년 전북은 10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탈환했다. 그러나 아시아 챔피언의 명예는 AFC의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박탈과 CAS의 기각 결정으로 무참히 바닥에 떨어졌다. 리딩클럽이라는 전북이 심판매수 파문에 휩싸이고, K리그 역시 미숙한 일처리로 화를 키워 국제무대에서 씻기 힘든 상처를 입고 말았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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