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모… 예술가… 워킹맘… 사임당의 참얼굴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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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시-출판 붐 타고 ‘캐릭터 진위’ 갑론을박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사임당 역할을 맡은 배우 이영애. 드라마 속 사임당은 현모양처라는 통념과 달리 진취적인 워킹맘으로 표현된다. 동아일보DB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사임당 역할을 맡은 배우 이영애. 드라마 속 사임당은 현모양처라는 통념과 달리 진취적인 워킹맘으로 표현된다. 동아일보DB
 이영애 효과일까, 사임당의 힘일까.

 지난달 26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가 1, 2회 연속 방영을 통해 첫날부터 15.6%와 16.3%(닐슨코리아)로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드라마뿐 아니라 공연 출판 전시 등의 분야에서 사임당을 다룬 콘텐츠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인기와 함께 논란도 있다. 드라마 속 사임당이 워킹맘과 자유연애를 한 조선의 신(新)여성 캐릭터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와 문학계의 갑론을박을 소개한다.

○ 자유연애 사임당, 역사 왜곡 우려

 드라마 ‘사임당…’은 퓨전 사극 방식이다. 박은령 작가는 “사임당은 대하사극이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사임당이 가상의 인물 이겸(송승헌)과 자유연애를 했다는 설정에 대해서는 지나친 왜곡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설 ‘사임당’을 쓴 이순원 작가는 “아무리 드라마라고 하지만 자유연애 설정은 상상력의 빈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상투적인 전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고연희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역사적 상상력을 통해 16세기 여성의 사랑을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다”며 “사임당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재밌는 포인트”라고 말했다.

○ 조선시대판 워킹맘 가능했을까?

 사임당 역을 맡은 이영애는 제작발표회에서 “화가이자 7남매의 어머니였던 워킹맘으로서의 사임당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정옥자 서울대 명예교수는 “사임당은 전통시대판 워킹맘이 맞다. 과거시험에 번번이 낙방한 한량 남편을 대신해 그림을 생필품과 물물교환해서라도 7남매의 생계를 책임진 강인한 여성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킹맘의 대명사로 사임당을 불러내는 것은 억지스럽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현대적 의미의 워킹맘으로 표현하기에는 전통시대의 여성이라는 한계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경제적 상황이 비교적 넉넉했기 때문에 워킹맘으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작가는 “사임당은 노비만 100여 명에 달하는 부유한 환경에서 살았다”라며 “당시 조선에선 도화서 화공들을 제외하곤 그림을 거래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임당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 시대가 만들어낸 여성 사임당

신사임당 영정.
신사임당 영정.
 예술가로서의 사임당에 대한 평가 역시 의견이 분분했다. 정 명예교수는 “그림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으로 초충도와 포도 그림 등 수작을 배출한 예술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숙인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허난설헌이나 장계향 등도 뛰어난 조선시대 여성 예술가였지만 역적 집안으로 몰리거나 남인 계열로 묶여 한동안 언급 자체가 금기시됐다”라며 “조선의 헤게모니를 쥔 노론의 정신적 지주였던 율곡 이이의 어머니라는 점이 사임당을 지금의 위치에 있게 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조선 후기부터 사임당은 우리 역사에서 ‘특수한’ 여성으로 여겨졌다. 현모(賢母)의 아이콘에서 일제강점기에는 어진 어머니의 롤 모델,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는 국모(國母)의 상으로 추앙받았다. 이 책임연구원은 “사임당은 다양한 매력으로 인해 각 시대가 원하는 여성상을 구현해 왔다”라며 “2017년 한국에서는 워킹맘의 표상으로 떠올랐지만 미래에는 또 다른 모습으로 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사임당 빛의 일기#이영애#사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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