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자유냐 고독이냐… 獨身, 그것이 문제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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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신자는 웰빙에 관심이 있으며 가족 부양의 책임이 없다. 고로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성향이 강하다. 독신자는 이상적인 소비자가 되었다. ―독신의 수난사(장 클로드 볼로뉴·이마고·2006년) 》

독신(獨身)이 새로운 삶의 형태로 인정받고 있는 시대다. 평생 혼자 산다고 주위에서 눈치를 주는 일도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이 책은 독신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보여준다.

고대 그리스와 유대교 사회에서 독신은 곧 죄악으로 간주됐다. 전쟁에 나갈 군인과 후세를 이어갈 자식을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독신자는 세대를 끊어버리고 가족의 전통을 파괴하는 범죄자로 여겨졌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던 플라톤도 정작 독신자들에게는 벌금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독교 사상이 유럽을 지배한 중세시대 독신은 일부 계층에만 허용됐다. 당시 성직자 직책을 겸하던 교수들이 그 대상이었는데, 가정에 대한 걱정과 철학 공부는 양립할 수 없다는 오랜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독신이라는 단어는 16세기에 처음 등장한다. 이때만 해도 독신은 성직자의 독신을 뜻했다. 독신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예술의 역할이 컸다. 특히 18세기 말 낭만주의 예술사조가 널리 퍼지면서 독신이 수반하는 고독은 위대한 열정을 정화시켜 주는 장치로 인식됐다. 19세기 들어 귀스타브 플로베르, 조리 카를 위스망스 등의 소설가들은 독신을 속물 부르주아 사회에 대한 반항으로 생각했고 이들의 책을 읽은 독자들이 여기에 호응했다. 플로베르 자신도 독신생활을 하면서 결혼을 통해 부르주아 계급이 되는 것을 경멸했다. 20세기에는 기술의 발전과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독신자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정신분석학과 실존주의는 독신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우리는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인 시대에 살고 있다. 종교, 사회, 철학, 문학 그 어떤 것도 우리에게 결혼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독신을 택하고 자유로운 삶을 즐길 것인지 독신생활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고독을 느끼면서 살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독신의 수난사#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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