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중학천에 다시 맑은 물… 마을도 활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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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원류 복원한 ‘운룡마을’

과거 삼청동 중학천(위 사진)은 1년 내내 오수와 쓰레기로 가득한 하수로였지만 정비사업이 완료된 후에는 북악산에서 내려온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종로구 제공
과거 삼청동 중학천(위 사진)은 1년 내내 오수와 쓰레기로 가득한 하수로였지만 정비사업이 완료된 후에는 북악산에서 내려온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종로구 제공
서울 종로구 삼청동 1-11. 일명 운룡마을로 불리는 삼청동 꼭대기 마을 한복판에는 실개천 하나가 흐른다. 청계천의 원류인 중학천(삼청동천)이다. 한때 서울에서도 가장 물이 맑은 곳으로 명성이 자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이 지역에 빈민촌이 형성됐고 중학천은 생활 오수만 가득 고인 ‘똥물’이 되어 버렸다.

이랬던 중학천에 맑은 물이 다시 돌아왔다. 종로구가 2013년 시작한 ‘삼청동 맑은물길 조성사업’이 최근 마무리됐다. 운룡마을 안 중학천 150m 구간 정비에만 예산 10억 원이 들어갔다. 그 결과 9일 오후 찾아간 중학천에는 물 밑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김덕현 종로구 안전치수과 주무관은 “마을 뒤편 북악산에서 발원한 1급수의 깨끗한 물만 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학천이 오염된 건 이 마을에 하수 전용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23가구 주민은 인분이나 머리 감은 물 등 오수를 중학천으로 모두 흘려보냈다. 그 결과 여름만 되면 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로 고약한 악취가 진동했다. 종로구는 집집마다 전용 오수관을 설치했다. 40년 동안 이 마을에서 살아온 송기룡 씨(71)는 “(하수관 설치 후) 동네 공기가 확 바뀌었다”며 “주민으로서 가장 만족스러운 일”이라고 기뻐했다.

또 종로구는 중학천 하천 폭도 크게 넓혔다. 원래 1m도 되지 않던 하천 폭 탓에 이 지역은 장마철만 되면 개천이 넘쳐 주변 집이 물에 잠기는 수해를 입곤 했다. 또 물가에는 수양버들과 화초류를 심고 주택 사이를 잇는 징검다리와 조경석도 깔았다. 그러자 우중충하던 마을 분위기도 확 살아났다.

아직 한계는 있다. 현재 삼청동에서 청계천 시발점인 청계광장까지 중학천 2km는 여전히 아스팔트로 복개되어 있다. 또 중학천 물 전량이 오수로 분류되다 보니 청계천에 가기도 전에 중랑물재생센터(하수처리장)로 흘러간다. 매일 한강에서 물 4만 t을 끌어오는 청계천의 자연성 복원을 위해서는 “중학천의 복개를 벗겨내고 물길부터 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 주무관은 “서울시에서 중장기적으로 중학천 물길 복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자치구 단독으로는 예산을 마련할 수 없어 해결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중학천#청계천#운룡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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