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주행의 즐거움까지 만족시킨다… 흔들림 없는 ‘名車의 품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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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의 DRIVEN]마이바흐 S600
고급스럽고 우아해진 외관에 초호화 요트 연상시키는 화려한 실내
스포츠카와 같은 운전재미까지…

자동차산업은 이동에 대한 인간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이동을 위해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가 개발됐고, 짜릿한 쾌감을 주는 이동을 위해 스포츠카가 나왔다.

그렇다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이동을 위해서는 어떤 차들이 존재할까. 바로 하이퍼 럭셔리카들이다. 롤스로이스, 마이바흐, 벤틀리에서 만드는 자동차들이다.

벤츠는 BMW의 자회사인 롤스로이스에 대항하기 위해 2002년 마이바흐 브랜드를 부활시켰다. 초창기 다임러-벤츠의 뛰어난 기술자였던 빌헬름 마이바흐가 만들었다가 1941년 문을 닫은 브랜드를 60년 만에 다시 끄집어낸 것이다. 하지만 성과는 좋지 않았다. 2013년까지 10년 동안 3000여 대밖에 판매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같은 기간 롤스로이스는 2만 대를 넘게 팔았다. 마이바흐는 2년의 공백을 깨고 올해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라는 벤츠의 서브 브랜드로 겸손하게 다시 돌아왔다.



하이퍼 럭셔리의 대중화 선언

재탄생한 마이바흐는 벤츠 S클래스의 차체를 이용한다. 덕분에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이전 마이바흐의 국내 가격은 7억 원대였지만 새로운 마이바흐는 2억 원대다. 대량 생산되는 S클래스의 차체와 생산시스템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판매는 대단히 성공적이다. 10월 말까지 국내에서만 707대가 판매됐다. 올 한 해 마이바흐의 글로벌 판매는 과거 마이마흐 전체 판매량 3000대를 뛰어넘을 기세다. 인기의 비결은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이다. 그동안 벤츠의 기함 역할을 했던 S500과 S600에 3000만 원만 더하면 새로운 기함을 탈 수 있다는 유혹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초대 마이바흐는 길이가 5.7∼6.2m에 이를 정도로 거대해서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신형은 5.4m로 일반 주차장을 이용하고 골목길을 들어갈 수도 있다.

벤츠에서 만드는 최고의 차량, 매력적인 가격, 유지와 운행의 편의성은 그동안 늘어난 슈퍼리치들의 주머니를 열기에 충분했다.

마이바흐만의 차별성

벤츠는 일반 S클래스와 다르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마이바흐에 세심한 배려를 했다. 우선 라디에이터 그릴에 크롬라인이 추가돼 고급스러우면서 우아한 느낌을 준다. B필러가 은색 크롬몰딩으로 마감돼 측면 분위기도 화려해졌다.

에어밸런스 패키지에는 은은한 침향나무 향의 향수가 제공되며 은장 수제 샴페인 플루트와 냉장고도 선택할 수 있다. 센터콘솔에는 보온, 보냉 기능을 제공하는 컵홀더를 갖추고 있다. 투명도 조절이 가능한 대형 파노라마 선루프도 기본 적용됐다.

안전을 위해서 뒷좌석 안전벨트 안에 에어백이 내장된 벨트백, 시트 아래가 부풀어올라 사고 때 부상을 줄여주는 시트 쿠션 에어백이 들어갔다. 폭이 넓어진 C필러에 부착된 마이바흐 엠블럼도 포인트다.



새로운 편안함의 개념

마이바흐 S600의 문을 열면 화려한 실내에 감탄사가 나온다. 과거 마이바흐의 인테리어가 고전적인 응접실 분위기였다면 이번 모델은 최신형 호화 요트에 타고 있는 느낌이다. 하이테크한 조명 속에 은은함보다는 화려함을 강조했다. 대시보드에서부터 도어 트림을 거쳐 뒷좌석까지 실내 전체를 감싸고 있는 부드러운 곡선은 도로 위에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준다.

문을 닫고 뒷좌석에 앉으면 퍼스트클래스 시트가 몸을 감싼다. 머리를 기대고 팔걸이에 양 팔을 올려놓은 뒤 전동 시트를 길게 펴면 고급 안마시트에 앉은 느낌이다. 실제로 시트의 안마기능은 몸의 구석구석을 시원하게 잘 주물러주고 체형에 맞게 모양이 조절된다.

두꺼운 2중 접합 차음유리와 차 안쪽에 겹겹이 덧대진 차음재는 주행 중 외부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시속 100km로 달릴 때 뒷좌석의 소음은 56dB로 측정됐다. 일반 대형 고급 세단보다 2∼3dB 낮은 수치로 소곤소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조용한 사무실 수준이다. 앞좌석은 58dB로 나왔다. 운전자와 뒷좌석 VIP가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음성증폭 장치가 설치돼 시속 200km에서도 작은 소리로 대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승차감은 의외로 탄력이 있었다. 예상했던 물침대 같은 느낌이 아니라 적당히 노면의 상태가 전달된다. 거친 시내 도로에서는 약간 통통 튀는 승차감이어서 아쉬웠지만 고속주행 중에는 흔들림이 거의 없어 쾌적했다. 차의 성향을 생각하면 조금만 더 소프트하게 서스펜션이 세팅됐으면 좋았겠다.



운전의 즐거움이 있는 초대형 세단

이번에는 운전석으로 옮겨 앉았다. 그런데 의외의 반응에 놀랐다. 길고 둔해 보이는 차체여서 운전 재미에 대해선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생긴 것과는 전혀 달랐다. 길이가 5.4m, 공차중량이 2.4t에 이르는 거구임에도 운전 재미가 쏠쏠했다. 경쟁모델 범위 안에 있는 롤스로이스 ‘고스트’와 벤틀리 ‘플라잉스퍼’와 비교하면 확실히 스포티하다.

무겁고 긴 차체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핸들링 반응이 빠른 편이고, 급차선 변경이나 연속된 커브길에서 움직임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마치 중형 스포츠세단을 몰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이바흐 S600의 서스펜션은 시내에서 약간 튀는 듯했지만 다이내믹한 운전도 만족시키기 위한 숨은 배려인 셈이다.

가속력도 호쾌하다. 가속페달의 절반까지는 부드럽게 세팅돼서 밟아도 미끄러지듯 움직이지만 그 이상 오른발에 힘을 주면 갑자기 스포츠카처럼 변신한다. 일반 2.0L 중형차의 4배에 이르는 84.7kg·m의 토크는 어떤 속도에서도 힘차게 차를 발진시킨다. 엔진의 힘과 차체 밸런스, 서스펜션 3박자가 잘 맞아떨어져 초대형 세단의 ‘완전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바흐를 손수 운전하며 이런 숨겨진 재미를 느낄 오너는 많지 않겠지만 말이다.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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