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8조 시장 ‘배송전쟁’… 속도냐 효율성이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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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소셜커머스 빅3의 3색전략

#직장 때문에 서울에 올라와 혼자 생활하는 장윤주 씨(27·여)는 매번 생필품이 떨어질 때마다 제때 물건을 사지 못해 고민이 많았다. 회사 생활이 바빠 마트에 가기 힘든 데다 여자 혼자 장을 보러 가더라도 무거운 생필품은 살 엄두가 안 났기 때문. 장 씨는 6월 지인의 권유로 소셜커머스 앱을 써 본 후 고민을 해결했다. 장 씨는 생필품이 떨어질 때가 되면 아침에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소셜커머스 앱에 접속해 상품을 주문한다. 주문한 상품은 저녁 때 퇴근하면 장 씨의 원룸 앞에 놓여 있다. 장 씨는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주문하면 직접 배송까지 해 주는 데다 가격도 저렴해 생필품은 소셜커머스에서 산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생필품 구매 패턴이 모바일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 오프라인 중심이던 쇼핑 패러다임이 온라인을 거쳐 모바일로 빠르게 옮겨 가고 있다.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2010년 100억 원에 불과했던 소셜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5조 원대로 성장했고 올해는 전년보다 45% 이상 성장한 약 8조 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소셜커머스의 인기는 ‘편리성’ 덕분이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창업 초기부터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도 소비자들이 쉽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 노하우를 축적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소셜커머스 빅3 업체(쿠팡, 티켓몬스터, 위메프)가 ‘배송 전쟁’에 뛰어들며 차별화에 나섰다. 3사 모두 ‘2시간 배송’ ‘당일 배송’ 등 배송 속도로 경쟁하고 있지만 배송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직접 배송’과 ‘아웃소싱 배송’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직접 배송의 대표 주자는 쿠팡의 ‘로켓 배송’이다. 쿠팡은 지난해 3월부터 9800원 이상의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당일 배송을 해 주고 있다. 무엇보다 로켓 배송이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배송을 위해 쿠팡이 직접 인력을 고용하고 택배 차량을 구입하는 등 투자를 이까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쿠팡은 고객이 전자상거래를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모든 순간을 통제하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로켓 배송을 고안했다. 과거 쿠팡은 택배 업체에 물건 배송을 맡겨 왔다. 이런 체제에서는 고객이 물건을 배송받는 순간의 경험을 통제할 수 없었다. 쿠팡 관계자는 “구매의 마지막 단계인 배송 과정에서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 바로 로켓 배송”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로켓 배송을 통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지난달 실시한 ‘배송 만족도’에 대한 쿠팡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택배를 통한 배송 서비스 만족도가 39%인 데 반해 로켓 배송의 만족도는 99%에 이른다.

지난해 3월 쿠팡이 로켓 배송을 처음 시도할 때 투입했던 쿠팡맨은 100명, 차량도 100대였다. 서비스 지역도 서울 일부 지역으로 한정했다. 이렇게 준비하는 데만도 1500억 원의 대규모 자금이 들었다. 유통업계와 물류업계에서는 무모한 시도라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서비스 시작 후 고객 반응은 우호적이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 고객들이 쿠팡맨 서비스에 열광했다. 유아용품은 신속한 배송이 생명인데 아침에 주문하면 오후에 물건을 가져다 줬기 때문이다. 친절한 서비스를 받은 여성 고객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전파하면서 쿠팡맨의 인기는 빠르게 올라갔다. 결국 로켓 배송은 시범 서비스 3개월 만에 전국 단위로 서비스 지역이 확대됐다.

쿠팡이 로켓 배송을 통해 전국 당일 배송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소셜커머스 업계 중 유일하게 전국 단위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체 물류 시스템이 있으면 그만큼 배송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쿠팡은 현재 서울 경기 지역 및 전국에 14곳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2016년 18개, 2017년 21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쿠팡의 로켓 배송은 고정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다. 그 때문에 로켓 배송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이에 경쟁 업체들은 ‘효율성’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티몬은 지난달 6일 서울 송파 지역에 한정적으로 서비스하던 ‘슈퍼 배송’을 수도권 지역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티몬의 슈퍼 배송이 쿠팡의 로켓 배송과 가장 다른 점은 기존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였다는 점. 티몬은 현대로지스틱스의 인프라를 활용해 배송 전쟁에 뛰어들었다. 슈퍼 배송은 티몬 유니폼을 착용한 현대로지스틱스 택배 직원이 티몬 로고가 새겨진 전용 차량을 타고 구매 상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다. 쿠팡의 로켓 배송처럼 모든 비용을 쿠팡이 부담하는 대신 적절한 아웃소싱을 통해 비용을 낮추면서 로켓 배송을 견제한다는 계산이다.

위메프는 조금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 위메프는 현재 낮 12시 전까지 주문하면 당일 배송해 주는 ‘위메프가 지금 가요’ 서비스를 일부 품목에 한해 운영 중이다. 이 서비스는 쿠팡이나 티몬과 다르게 위메프가 아닌 판매자들이 배송을 책임진다는 특징이 있다.

결국 배송 전쟁의 성패는 ‘배송 품질 관리’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직접 직원을 뽑아 교육하는 로켓 배송이 품질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티몬이나 위메프는 적은 비용으로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기존 택배 업체들을 활용하는 방법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동네 상권의 강자들인 할인 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이 제공하는 배달 서비스보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더 빠르고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성공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이 기사의 전문은 DBR 189호(11월 2호)에 실려 있습니다.
#소셜커머스#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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