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발 절실한 北, 南-美-中과 동시에 관계개선 노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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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26일 당국회담 실무접촉 합의
南제의 3차례 침묵하다 먼저 제안… 김정은이 관계 주도 모양새 만들어
수석대표 格-의제 놓고 신경전 펼듯

통일부는 20일 남북 당국 회담의 실무접촉 준비에 착수했다. 우선 정부의 제안에 무반응이던 북한이 전격적으로 당국 회담에 나선 배경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북-중 관계, 대미 관계, 남북 관계의 ‘3각 대외관계 개선 전략’을 정비한 데 따른 포석으로 평가했다.

○ “흡수통일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달라”

정부 관계자는 20일 “경제발전이 필요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대외관계 개선 차원에서 남북 대화 개시 시점을 고민한 끝에 타이밍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방북한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정은에게 남북 관계 개선을 직접적으로 촉구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중 관계 개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방북을 활용한 대미 관계 개선,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김정은식 대외관계 정상화’의 큰 판을 짜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류윈산 방북 이후 정부가 한중 정상회담 등 각종 계기를 통해 중국에 ‘흡수통일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를 북한에 전해 달라고 했다”며 “북측이 중국으로부터 이런 메시지를 전해 받은 것도 실무접촉에 나선 배경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오전 10시 접촉을 제의한 뒤 30여 분 만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것은 국제사회에 보내는 메시지로 보인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제의에 응하는 게 아니라 남북 관계 개선을 김정은이 주도하는 모양새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3차례 제의에서 판문점 한국 측 평화의 집을 제안했으나 북한은 이번에 북한 측 통일각을 주장해 관철시켰다.

○ “남측이 태도 안 바꿨다”며 신경전 가능성

26일 실무접촉이 열리면 당국 회담의 격(格)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국 회담을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의 ‘통-통 라인’ 등으로 고려하고 있다. 당국 회담을 정례화해 여기서 합의한 현안들을 이행할 분야별 분과위원회 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날 북한의 제의를 수용하면서 보낸 통지문을 홍 장관 명의로 김양건에게 보냈다.

북한이 ‘남측 정부 책임론’을 들고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북전단 살포, 북한 인권 논의 중단 등 “대결 태도를 바꾸는 게 먼저”라며 신경전을 벌일 수 있다는 것. 금강산관광 재개, 5·24조치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을 비롯해 대북 민생협력 등 교류협력의 제도화, 비무장지대(DMZ) 생태평화공원 등을 우선적으로 다룰 생각이다.

정부는 실무접촉에 김기웅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1급) 등 3명을 내보낸다. 북한은 조평통 서기국 부장 등 3명이 나오겠다고 통보했다. 2013년 6월 당국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 때 나온 김성혜 부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경제개발#북한#당국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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