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근 논문 표절? 원저자 “내 것보다 수준 높다…표절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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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1월 20일 1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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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근 군. 동아일보 DB
송유근 군. 동아일보 DB
박사학위 논문이 심사를 통과해 내년 2월 국내 최연소로 박사학위를 받게 된 ‘천재소년’ 송유근 군(17)이 지난달 저명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블랙홀 관련 논문을 두고 일부에서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서 송 군을 지도하고 있으며 송 군이 베꼈다는 학술대회 발표자료(Proceeding)의 원저자인 박석재 박사는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디시인사이드와 클리앙, 일베저장소 등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송 군이 지난 달 5일 ‘천체물리학저널(Astrophysical Journal)’에 발표한 논문 ‘선대칭의, 비정상성 블랙홀 자기권:재고(axisymmetric, nonstationary black hole magnetospheres: revisited)’가 박 박사의 2002년 학술대회 발표 자료를 표절한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근거자료로 두 문건의 유사한 부분을 비교한 사진 등이 퍼졌다.

표절의혹을 제기하는 쪽은 두 문건의 문장과 수식 등이 상당부분 일치한다면서 이 문제를 논문표절 국제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표절이 맞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박사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지금껏 제기된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유근이가 저랑 새로 쓴 논문과 옛날에 제가 쓴 논문이 비슷해 보인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제가 쓴 논문은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이 아니다”며 “비 SCI 논문을 표절해서 SCI 논문이 나오겠나?”라고 반문했다. 한마디로 송 군의 논문이 학문적으로 수준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이다.

송 군 논문과 박 박사 발표 자료에서 2·3장이 문장까지 거의 유사한 데 대해서는 “논문의 리뷰 부분은 새롭지 않은, 거의 가치가 없는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또 “리뷰가 긴 것은 이 토픽을 저 말고는 전 세계에서 아무도 안 다루기 때문에, 거의 10년이 지나서야 새로 나온 ‘비정성상’ 논문이기 때문”이라며 “오죽하면 제목에 ‘Revisited(재고)’라고 명기했겠나”라고 해명했다. 리뷰 부분은 논문의 핵심이 아니고 앞선 연구를 상기하는 제한된 역할이기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설명.

박 박사는 송 군이 제1저자 자격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번 논문의 가장 중요한 대목을 제시하면서 “유근이가 아래 편미분방정식을 직접 유도했다. 유도가 쉬우면 왜 제가 벌써 안 했겠나. 그러니까 유근이는 당연히 첫 번째 저자가 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박석재 박사 블로그.
박석재 박사 블로그.


그러면서 “이름을 대면 다 아는 미국 명문대 출신 박사후 연구원(post doctor)을 2년간 데리고 있었는데 그 친구도 이 식을 유도하지 못 했다”고 강조했다.

박 박사는 2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도 “유근이 논문과 제 발표 자료는 많은 부분이 같거나 유사해 일반인은 표절로 의심할 수 있지만 유근이가 유도해낸 편미분방정식 부분은 이 논문의 핵심이며 이는 의미 있는 학문적 성과”라면서 “저널에서도 이를 인정한 것”이라고 표절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송 군이 논문에서 박 박사의 발표 자료를 인용한 사실을 명시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논문 투고 과정에서 심사자에게 발표 자료에 대해 알렸고 그래서 제목에도 ‘재고’(Revisited)를 명기했다”며 “다만 심사자와 논문에 표기할 인용자료 범위를 SCI 논문으로 한정하기로 해 발표 자료에 인용이 빠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박사는 저널 측에 표절의혹에 대해 엄정한 검토를 요청했다며 마구잡이 의혹 제기로 송 군이 상처 받을까봐 걱정된다고 밝혔다.

박 박사는 아울러 블로그를 통해 이번 논문은 시작에 불과하며 송 군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논문을 이달 안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농반진반으로 “이삼십년 후 노벨상을 받을지 누가 아느냐”고 송 군의 우수성을 치켜세웠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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