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가 제 발등에 총 쏜 면세점 정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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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이 올해 말로 특허가 만료되는 3곳의 사업자로 기존의 호텔롯데에 새로 신세계, 두산을 선정하면서 롯데 월드타워점과 SK 워커힐점은 20여 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두 회사 직원 2200여 명은 실직 위기에 몰렸다. 글로벌 면세점 전문지 무디리포트의 마틴 무디 회장은 최근 한국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은 세계적인 면세사업자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에 정부가 자기 발에 총을 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면세점 파동’은 5년마다 면세점 사업자를 재심사할 수 있게 2013년 관세법을 개정하면서 불거졌다. 그 전엔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10년마다 사업을 연장해줬지만 대기업의 특혜 독과점을 막아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따라 법을 바꿨다. 그러나 면세점은 명품업체와의 협상력과 해외 관광객에 대한 마케팅이 중요해 상당한 사업 운영 기술과 경험이 요구되는 사업이다. 국내 시장이 아니라 해외 다른 지역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5년마다 사업자가 바뀌면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전체 면세점 매출은 8조3077억 원으로 세계 1위였다. 세계의 면세점은 대부분 공항에만 있으나 ‘도심 면세점’을 만들어 성공시킨 것이 한국 업체들이다. 이 같은 한국형 모델을 본떠 중국은 최근 하이난에 세계 최대 규모의 면세점을 세웠고 일본도 도쿄에 2, 3개의 면세점을 세울 예정이다. 한국 업체들이 개발한 업태로 남들은 뛰어가는데 우리만 뒤로 돌아가는 형국이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정부는 보안을 이유로 14명의 심사위원 명단도 공개하지 않고 평가 내용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롯데의 경우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감점 요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면세점 경영 능력과 무관한 이유로 사업권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 ‘대기업 길들이기’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 중에 종합적인 면세점 개선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일본은 사후 면세점을 사전 면세점처럼 운영하는 미니 면세점을 2만여 곳 운영한다. 한국도 정부가 특혜를 베풀 듯 면세점을 허가할 것이 아니라 진입 장벽을 낮춰 기업들이 경쟁하게 만드는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면세점#관세법#면세점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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