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국내 콩 재래종의 명문가 ‘장단콩’ … 이소플라본 함유량, 일반 콩보다 50% 높아

  • 입력 2015년 11월 19일 16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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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장단면, 콩 재배 최적 조건 갖춰 … 1997년부터 축제 열어, 경기도서 100억원 투자받아

콩은 한국음식에서 쌀만큼 중요한 농산물이다. 전세계적으로 재배되고 있는데 원산지는 한반도와 만주다. 콩의 고향인 만주와 한반도에서는 7600종이 넘는 재래 품종이 재배돼 왔다. ‘금강대립’, ‘충북백’, ‘단천담록’, ‘장단백목’, ‘광교’ 등이 대표적인 콩 품종으로 꼽힌다. 이중 장단콩으로도 불리는 장단백목은 국내 콩 품종 중 가장 유명하다.

장단콩은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의 지명을 따 이름이 붙여졌다. 고려시대부터 임금에게 진상됐던 ‘장단삼백’ 중 하나다. 장단 지역은 예부터 흰콩, 흰인삼, 흰쌀이 맛있기로 명성이 높았다.

파주 장단콩영농조합법인 관계자는 “장단콩의 품질이 다른 지역에 비해 좋은 이유는 장단 지역이 물빠짐이 좋은 미사토양을 갖췄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석회 성분을 300평당 300㎏ 분량으로 충분히 공급해 지력을 끌어올리고 콩의 육질을 단단하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약이나 기타 화학비료는 절대 사용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액비나 축분퇴비만으로 콩을 재배한다”며 “다른 콩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값에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촌진흥청 농업생명공학연구원이 2007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 보존 중인 콩 유전자원 중 국내에서 재배된 품종은 1만564종이었다. 이중 72%가 국내 재래종으로 7600종에 이른다. 재래콩 수집은 1906년 일제 통감부가 한국 농업기술의 시험 및 조사를 위해 설치한 권업모범장에서 시작됐다.

장단백목은 1973년 국내 최초로 교잡육종법에 의해 육성된 광교의 보급이 이뤄지기까지 국내에서 최초이자 가장 많이 장려된 콩 품종이었다. 광교 외에 두부용인 ‘대원콩’·‘태광콩(2003년 한국육종학회 품종상 수상)’, ‘황금콩’, ‘대풍(2009년 대통령상 수상), 밥밑용인 ‘청자콩 3호’(2007년 농림부장관상 수상) 등에도 장단백목의 유전자가 들어가 있다. 재래종 중 가장 많은 59품종의 후손을 남기면서 국내 콩의 명문가로 봐도 손색없다.

오랜기간 명성을 떨쳤던 장단콩이 유명무실해진 것은 한국전쟁 이후 38선이 그어지면서부터다. 당시 경기도 장단군이 남북으로 쪼개진 데다가 대부분 비무장지대로 편입되면서 장단콩 재배지역이 급격히 줄었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가 민통선 지역에 마을을 조성하고 민간이 들어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통일촌 사업’을 벌이면서 그나마 장단콩이 더 이상 위축되지 않는 계기가 마련됐다.

파주시는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의 하나로 1997년부터 매년 임진각 광장에서 장단콩 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는 오는 20일부터 3일간 개최될 예정이다. 축제 기간에 판매되는 장단콩은 파주 전체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올해는 가뭄 탓에 지난해 6700여 가마(가마당 70㎏)보다 40% 가량 준 5000여 가마가 판매될 예정이다. 장단콩 축제는 1990년대 신토불이 바람과 함께 성공을 거뒀다. 이로 인해 장단콩 재배면적도 크게 늘어 현재 파주 전체 콩 재배 농가는 500호가 넘는다. 연간 국내 장단콩 총 생산량은 1만6000가마(112만㎏) 정도다.

생산이력제 관리, 콩축제 등을 통한 파주시에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단콩은 1차 사업 중심에 머물러 있다. 이에 일자리 창출을 위한 농업의 6차산업화(1차산업, 2차산업, 3차산업을 융합한 새로운 차원의 산업, 1×2×3=6에서 의미가 나왔다)를 꾀하고 있다. 파주시는 최근 경기도가 주최한 ‘경기북동부 경제특화발전사업’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해 도비 100억원을 확보했다. 민간업체, 지역농협 등 민간투자금 100억원을 추가로 유치해 200억원의 사업비를 마련했다. 이를 탄현 통일동산에 들어설 ‘장단콩 웰빙마루 조성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장단콩 웰빙마루는 생산자인 1차산업과 장류·가공품을 제조하는 2차산업, 유통·판매·체험·관광 등 3차산업을 융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단지로 만들겠다는 게 파주시의 비전이다.

장단콩은 다른 지역 콩보다 알이 굵고 윤기가 난다. 이는 식물성 에스트로겐(phytoestrogen)으로도 불리는 이소플라본(isoflavon)의 영향이 크다. 이소플라본은 콩단백질 중 하나로 우울증, 골다공증 등 여성호르몬이 부족해 나타날 수 있는 갱년기 증세를 완화시켜 준다. 에스트로겐과 구조가 비슷하고 부작용이 없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이소플라본을 하루에 25㎎ 이상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장단콩의 이소플라본 함유량은 다른 콩에 비해 약 50%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취재 = 현정석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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