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비포장 길 달리며 자연 만끽… 모험 즐긴 ‘100km 대장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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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울트라트레일러닝 뛰어보니…

한라산과 한라산둘레길 등 100km를 무박으로 걷고 달리는 한라산 울트라트레일러닝 대회가 올해 처음 열려 참가자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과 한라산둘레길 등 100km를 무박으로 걷고 달리는 한라산 울트라트레일러닝 대회가 올해 처음 열려 참가자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드디어 끝났다. 해냈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였다. 몸은 만신창이였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송곳에 찔린 듯한 통증이 무릎 주변에 전해졌다. 허벅지, 종아리 근육은 경련의 연속이었다. 울퉁불퉁한 돌길의 충격을 견딘 발바닥은 얼얼하다 못해 감각이 없었다. 100km를 달리는 울트라트레일러닝(Ultra Trail Running)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완주의 뿌듯함은 컸다.

트레일러닝은 도로가 아닌 산이나 사막, 정글 등 포장되지 않은 길을 달리며 자연을 즐기거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아웃도어 스포츠의 하나로,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대한트레일런협회(회장 황선용)는 14, 15일 한라산과 한라산둘레길 일대에서 4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한라산 울트라트레일(UTMH) 대회’를 처음 개최했다. 100km 백록코스를 비롯해 한라산 영실계곡 등을 거치는 36km 영실코스, 트레일러닝 입문코스인 7km 코스 등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열렸다. ‘울트라’ 명칭은 마라톤 풀코스 거리인 42.195km 이상인 대회에 붙인다. 기자는 100km인 백록코스에 참가해 직접 뛰고 걸었다.

○ 모험을 즐기는 레이스

14일 오전 8시 해발 270m인 제주 서귀포시 돈내코 유원지 야영장. 출발 신호와 함께 선수들이 힘차게 달려 나갔다. 한라산 정상인 해발 1950m 백록담에 도달할 때까지 이어지는 오르막길은 중도 포기의 시험에 들게 했다. 그나마 숲길의 굴거리, 붉가시나무, 사스레피나무 등 푸른 나무가 가득해 눈이 시원했다. 편백, 삼나무가 뿜어내는 싱싱한 향기도 위안이 됐다.

한라산 정상 주변에서 둥글게 펴진 부챗살 모양으로 바다에 흘러드는 한라산둘레길 하천은 대부분 건천(乾川)이다. 평소에는 말라 있다가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른다. 전날 비가 내린 덕분에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싱그러웠다. 하지만 어둠이 깔리면서 물소리는 공포로 변했다. 물기를 머금은 바위는 무척 미끄러웠다. 여러 차례 엉덩방아를 찧고 발목이 틀어졌다. 물소리가 들리면 몸이 먼저 긴장했다.

칠흑의 어둠에서 한 줄기 랜턴 빛에 의지해 걷고 달리는 야간 레이스는 두려운 고통이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안개 낀 숲길을 잘못 찾아 헤맬 때는 홀로 남겨질 것 같아 등골이 오싹했다. 트레일러닝 자체가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스스로 대비하고 감내해야 했다. 숲길을 빠져나올 때쯤 여명이 밝았다. 결승점이 가까워졌기에 몸과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 체계적인 대회 준비 필요

23시간23분38초 만에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제한시간인 28시간 이내에 골인할 수 있었다. 1위는 노희성 씨(37)로 14시간17분51초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는 제주지역이 울트라트레일러닝 메카로 성장할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아쉬움도 많았다. 코스가 급히 변경되면서 표지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고 홍보 기간이 짧아 참가 선수가 많지 않았다. 황선용 회장은 “관련 기관, 단체와 협의가 순조롭지 않아 대회를 치르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미비점을 보완해 내년에는 짜임새 있는 대회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트레일러닝에 대한 관심과 인기를 반영하듯 국내에서 대회 개최가 점차 많아졌다. 5월에 제1회 50km 국제트레일러닝(경기 동두천시), 제2회 북한산둘레길 트레일런이 열렸고 지난달 31일에는 부산에서 100km 울트라트레일레이스가 처음 펼쳐졌다. 제주지역에서는 이번 대회를 비롯해 다음 달 6일 ‘50km 울트라트레일 제주’ 대회가 열린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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