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웃음 언제 터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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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국민타자 이승엽(39·삼성)도 그럴 때가 있었다. 하지만 팬들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국가대표 클린업 트리오(3∼5번 타자) 중에서 혼자만 잠잠하니 더더욱 그렇다. 일본의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21·니혼햄)를 상대로 2루타를 때려낼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박병호(29·넥센·사진)의 방망이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조별리그 3경기를 마친 13일 현재 박병호의 타율은 0.167(12타수 2안타)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안타 두 개 모두 삿포로돔에서 열린 1차전에서 일본 투수들을 상대로 기록한 것이다. 대만으로 옮겨서 치른 2, 3차전에서는 안타 없이 볼넷 하나밖에 얻어내지 못했다. 타점도 없다. 그 사이 삼진은 4번이나 당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1.150을 기록한 OPS(출루율+장타력)도 이번 대회에서는 0.481에 그치고 있다.

박병호의 부진이 더욱 두드러지는 건 다른 한국 타자들의 타격감이 대부분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만에서 열린 두 경기에서 총 23점을 뽑았다. 베네수엘라에 13-2로 7회 콜드승을 거두지 않았다면 점수를 더 많이 낼 수 있었다. 중심 타선만 놓고 보면 3번 김현수(27·두산)가 타율 0.385에 6타점을 올렸고, 4번 이대호(33·소프트뱅크)는 타율 0.400, 1홈런, 4타점이다.

대회 전 박병호와 이대호를 키 플레이어로 꼽았던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상대 투수들이 박병호와 상대할 때는 더욱 주의를 기울인다. 내가 봐도 ‘정말 치기 어렵겠다’ 싶은 공만 골라서 던진다”고 말했다. 볼넷을 얻어낸 한 타석을 제외하면 박병호가 대만에서 지켜본 전체 투구 25개 중 15개(60.0%)가 몸쪽이다. 박병호가 3루수나 유격수 쪽 땅볼로 물러나는 경우가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발전실행위원장 자격으로 대만을 찾은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대회 기간에 맞춰 메이저리그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 결과도 나오고 하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다. 상대의 견제가 심해지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이승엽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예선 7경기에서 22타수 3안타(타율 0.136)로 부진했지만 결국 준결승에서 일본을 상대로 한 방 쳐줬다. 김현수와 이대호가 잘해주고 있는 만큼 박병호가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아경기에 이어 두 번째로 대표팀에 합류한 박병호 역시 심리적 부담에 시달릴 게 당연한 일. 그래도 박병호는 경기 전 대표팀 선배 이대호에게 이것저것 훈련법을 물어보고, 기자들에게 먼저 가벼운 농담을 건네는 등 겉보기에는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다. 박병호를 4년 연속 홈런왕으로 만든 그 평상심 말이다.

한편 B조 2위 한국(2승 1패)은 14일 멕시코(1승 2패), 15일 미국(2승 1패)을 상대로 조별리그 마지막 두 경기를 치른다. 이 중 한 경기만 이겨도 한국은 1차 목표였던 8강 토너먼트 진출 9분 능선을 넘는다.

타이베이=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리미어12#박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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