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U 사기 높인 오바마의 연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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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훈장’ 수여하며 공적-성장과정 직접 설명 예우
아프간 부상 예비역 대위 감동… “제복 입은게 정말 자랑스러워”

12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내 연회장인 이스트룸. 군복을 입은 채 긴장한 표정의 한 젊은이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군 최고 영예인 명예훈장을 받는 플로렌트 그로버그 예비역 대위(32)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들어서자 그와 반갑게 악수를 하더니 곧장 마이크를 잡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플로’라는 그로버그 대위의 애칭을 사용하며 그의 성장기부터 소개했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플로는 부모님을 따라 초등학교 때 미국에 이민 온 뒤 백악관에서 멀지 않은 메릴랜드 주 베데스다에 살았습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뛰는 것을 좋아했죠. 단거리든 중거리든 가리지 않고 모든 경쟁자들이 항상 그의 뒤에 있었습니다.”

그로버그 대위의 군 생활도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리듯 소개했다.

“플로는 메릴랜드대에 가서도 육상을 계속했고 졸업 후 군에 지원해서도 훈련을 이어갔습니다. 훈련, 정신력(gut) 팀워크, 이게 바로 플로를 훌륭한 육상 선수이자 군인으로 만든 자질이었습니다.”

그로버그 대위는 2008년 입대 후 아프가니스탄전에 파병된 뒤 2012년 8월 중상을 입었다. 이에 대해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자세하게 설명했다. “플로는 아프간에서 미군과 아프간 현지 지도자들의 정례 회의를 주관하는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날도 그런 회의가 열렸죠. 회의장에 가려고 다리를 건너는데 수상한 사람 두 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리로 접근했죠. 플로는 이를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오바마 대통령은 말을 이었다. “자세히 보니 그자의 몸에 이상한 물체가 있었죠. 플로는 순간 폭탄임을 직감하고 순식간에 그에게로 달려가 밀기 시작했어요. 가급적 그를 멀리 밀쳐내야 피해가 적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죠. 그렇게 정신없이 달리다 결국 폭탄이 터졌습니다.”

그로버그 대위의 영웅적 행동에도 폭탄 테러로 미군 4명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그도 왼쪽 허벅지 근육이 절반 이상 떨어져나가는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그의 대처가 없었다면 최소 30여 명이 즉사했을 것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플로의 영웅적 조치로 미군의 피해가 이 정도로 그쳤습니다. 사고 뒤 33번의 수술 끝에 이 자리에 선 플로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군 최고 통수권자로부터 눈앞에서 10여 분간 자신의 성장기와 공적 설명을 들은 그로버그 대위는 눈이 충혈돼 별다른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행사 후 국방부를 통해 “오늘처럼 제복을 입은 게 자랑스러운 순간이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또 하나의 감동적인 연설로 제복 입은 미군의 사기를 고취시켰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오바마#연설#m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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