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논란 미주리대, 총장 사퇴에도…제2의 퍼거슨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1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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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수가 3만5000명에 달하는 미 중서부 미주리 주의 최대 대학 미주리대가 인종차별 및 이에 따른 취재방해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이 10일 보도했다. 미주리 주에는 2014년 8월 비무장 흑인 청년이 백인 경관의 총에 숨진 사건으로 한 달간 일종의 무정부 상태를 겪은 퍼거슨 시가 있는데다 미주리대 본부가 있는 컬럼비아 시와 퍼거슨 시가 불과 2시간 떨어져있어 이번 사태가 더 큰 흑백갈등을 낳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사건의 발단은 올해 4월. 지난해 9월 입학한 백인 신입생 브래들리 베커가 기숙사 복도에 나치 문양과 ‘히틀러 만세(하일 히틀러)’에서 만세를 뜻하는 ‘하일(Heil)’이란 단어를 써 놨다. 일부 학생이 반발했지만 베커는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았다.

올해 9월에는 일부 백인 학생들이 미주리대 최초 흑인 학생회장 페이턴 헤드를 향해 ‘검둥이(negro)’라고 조롱했고 한 달 후 교내에 들어온 술취한 백인 남성이 연극 연습을 하던 흑인 학생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일련의 사건이 소셜미디어 등을 타고 확산됐지만 2012년부터 재직 중인 팀 울프 총장(57)은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 게다가 그는 지난달 10일 “이 문제에 관한 총장의 답변을 듣고 싶다”며 집무실 앞 건물에서 대기하던 학생들을 차로 뚫고 지나가버려 논란을 고조시켰다.

울프 총장에 분노한 흑인 대학원생 조너선 버틀러(25)는 이달 2일 단식 투쟁에 나섰다. 그는 “나도 여러 번 인종차별을 겪었다. 총장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수차례 알렸지만 답이 없다”며 퇴진을 외쳤다. 버틀러를 지지하는 학생들은 미주리대가 1950년 처음 흑인 학생의 입학을 허용했다는 점을 들어 ‘1950년을 걱정한다’는 의미의 해시태그(#ConcernedStudent1950)를 사용하고 동명의 학생단체까지 만들어 동참했다.

이달 7일 미주리대 미식축구팀까지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당초 “사임은 말도 안 된다”고 버티던 울프 총장은 미식축구팀 파업이 시작되자 태도가 달라졌다. 미식축구팀이 타 대학 팀과의 한 경기만 취소해도 무려 100만 달러(11억6000만 원)의 위약금을 물어내야 하기 때문. 미 대학 미식축구리그는 한 경기 중계권료만 약 1000만 달러(116억 원)에 이르며 일부 대학은 전체 수입의 60%를 경기 수입으로 충당할 정도로 대학 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식축구팀의 경기 보이콧 소식이 알려진 후 제이 닉슨 주지사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총장 퇴진을 요구하고,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까지 사태를 언급하자 울프 총장은 결국 9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1980년 미주리대 졸업생으로 IBM 등을 거친 기업가 출신 총장인 그는 고교시절 자신의 풋볼팀을 미주리 주 고교 우승팀으로 이끈 스타 쿼터백이었지만 결국 미식축구 때문에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사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총장 퇴진 하루 뒤인 10일에는 재학생 겸 스포츠채널 ESPN의 비상근 통신원 팀 테이가 교내 광장에서 추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학생 모임 ‘1950년을 걱정한다’를 취재하려다 이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학생들은 “ESPN이 학생들의 편에 서서 보도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테이는 “언론과 집회의 자유 등을 규정한 수정헌법 1조에 따라 당신들은 시위를 벌일 권리가, 나는 취재할 권리가 있다”고 맞섰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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