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가 변신 이승엽 “일본전은 정신력 싸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9일 05시 45분


삼성 이승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이승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프리미어 12 중계진으로 일본 방문
경험 곁들인 전문성있는 해설 눈길


“선수들은 못 즐길 테니, 제가 그 몫까지 다 즐겨야죠.”

유니폼 대신 수트를 차려 입은 ‘국민타자’ 이승엽(39·삼성·사진)이 활짝 웃었다. 그는 8일 한국-일본의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개막전이 열린 삿포로돔에 등장했다. 다만 배트가 아닌 마이크를 손에 쥔 채 덕아웃이 아닌 중계석에 앉았다. 한일전을 생중계한 SBS의 특별 해설위원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경기 하루 전인 7일 아들 은혁 군과 함께 삿포로에 도착했다는 이승엽은 중계를 앞두고 “2011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삿포로돔에 왔다. 여기 오는 길에 왠지 모르게 긴장되더라”며 “선수가 아닌 해설자로서 지켜보는 입장인 만큼 마음은 조금 편하다. 그래도 경기가 잘 안 풀리면 나도 그라운드에 내려가 뛰고 싶을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이승엽은 국가대표 시절 ‘한일전 스페셜리스트’였다. 8회만 되면 일본이 이승엽의 결정적 한 방에 나가떨어지곤 했다. 그는 “내 경험을 생각해보면 한일전은 늘 정신력과 집중력이 강했다는 게 포인트인 것 같다”며 “일본과의 경기는 누가 말해서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선수 스스로 알아서 열심히 하고 집중하게 된다. 다른 나라와 맞붙을 때와는 뭔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승엽은 ‘국민해설가’의 자질도 엿보였다. 평소 말수가 많은 스타일이 아니지만,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대표팀 타자들이 일본 선발 오타니 쇼헤이를 좀처럼 공략하지 못하자 “만약 내가 타석에 있다면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직구를 노리겠다. 포크볼을 노리다가는 직구를 칠 수 없지만, 직구를 노리고 있으면 직구 타이밍으로 나가다가 실투로 들어온 포크볼을 장타로 연결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선발 김광현(SK)의 몸쪽 승부에 대해서도 “장타력이 있는 타자에게 몸쪽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바깥쪽 공이 더 멀리 느껴질 수 있다. 좋은 공을 던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외에도 “일본 타자들은 레그킥을 하는 타자들이 많기 때문에 힘 대 힘으로 맞붙기보다 완급조절과 스트라이크존 좌우 활용이 중요하다”, “마쓰다 노부히로는 방망이를 잡을 때 손 간격이 넓어서 장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등 일본 타자들의 타격 방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전문성을 보였다.삿포로(일본)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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