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벤처 9곳 아이템 개발…‘창조 농수산업’ 씨앗 움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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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 전남혁신센터, 농수산식품-바이오-관광 벤처 1번지로

6월 개소한 GS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국내 농수산물과 관련한 중소기업 및 예비창업가 지원에 힘쓰고 있다. 위쪽 사진은 전통죽과 전통차를 사업화한 ‘편죽-죽이지’의 도경란 대표. 현재 전남혁신센터에는 이 같은 기업이 9개 입주해 있다. 아래쪽 사진은 창업아카데미 1기생 50명이 창농 실무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GS그룹 제공
6월 개소한 GS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국내 농수산물과 관련한 중소기업 및 예비창업가 지원에 힘쓰고 있다. 위쪽 사진은 전통죽과 전통차를 사업화한 ‘편죽-죽이지’의 도경란 대표. 현재 전남혁신센터에는 이 같은 기업이 9개 입주해 있다. 아래쪽 사진은 창업아카데미 1기생 50명이 창농 실무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GS그룹 제공
재기를 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창업을 지원한다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다녔다. 7월 하순 창조경제혁신센터장이라는 사람이 갑자기 찾아왔다. 일주일 전쯤 자금 지원 방안을 문의한 적이 있었던 그 기관이었다. 센터장은 조만간 입주기업 선발 심사가 있으니 사업계획서부터 만들라고 했다. 다행히 ‘우리 농산물로 만든 전통죽과 전통차’라는 사업 콘셉트에 심사위원들이 만족한 듯했다. 9월 10일 전남혁신센터에 입주한 지 이제 두 달. 아직 아무것도 이룬 건 없다. 하지만 엄마만 바라보는 세 아이에게 이제 희망이란 걸 얘기하게 됐다.

GS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 2기 입주기업 ‘편죽-죽이지(easy)’ 대표인 도경란 씨(42) 얘기다.

○ 혁신센터에서의 두 번째 도전

4일 전남 여수시 덕충2길의 전남혁신센터에서 만난 도 씨는 500mL 용량의 페트병에 담긴 대추차부터 권했다. 곧 상품화될 것이니 꼭 맛을 봐 달라고 했다. 도 씨는 전남 여수와 순천 등 몇 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사업가와 ‘브런치 메뉴’로 전통죽과 전통차를 납품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대추차도 그곳에서 판매될 예정이었다.

시청 사회복지사였던 도 씨는 퇴직금 등을 보태 2012년 전통죽집을 냈다. 2004년 간암이 발병한 친정어머니를 6년간 수발하면서 ‘좋은 음식만큼 잘 듣는 약이 없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하는 어머니를 위해 끓여드렸던 된장죽, 대추죽, 타락죽(우유죽) 등이 주요 메뉴였다. 도 씨는 “당초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엄마가 제가 해 드린 음식으로 6년을 사셨고 편안하게 하늘나라로 가셨다”며 “가장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들기만 하면 어르신들께 도움도 드리고 사업도 성공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의욕만 앞선 첫 사업은 실패로 끝났다. 우선 원재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에서 단골손님만 대상으로 장사를 하다 보니 매출액도 늘지 않았다. 결국 1억8000만 원을 손해 본 채 지난해 9월 가게를 닫았다.

그런데 이따금씩 가게에 들르던 노인들이 ‘집에서라도 죽을 쑤어 보내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문제는 택배로 가는 동안 죽이 불어버린다는 것. 도 씨는 이에 반(半)조리 식품을 개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두 번째 도전이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큰아들과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 아들이 있어요. 그리고 막내딸은 이제 갓 18개월이 됐고요. 두 번 다시 실패를 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전남혁신센터는 도 씨에게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었다. 우선 센터에서 연결해준 기술보증기금이 8000만 원 안팎을 지원할 예정이다. 도 씨는 이 돈으로 33m²(약 10평) 정도의 작은 공장에 자동생산 장비를 갖추고 포장 디자인도 예쁘게 만들 계획이다.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도 “혁신센터 분들이 마치 자기 일처럼 돕고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 창농 위해 모여드는 예비창업가들

6월 2일 개소한 전남혁신센터에는 1기 4곳과 2기 5곳 등 모두 9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전남혁신센터는 농수산식품, 바이오, 지역 관광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기업 및 예비창업가들을 적극 발굴해 최대 21개까지 입주기업을 늘릴 계획이다.

‘창농’을 꿈꾸는 예비창업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전남혁신센터가 추진하는 핵심 과제다. 4일 찾은 센터 2층 교육장에서는 1기 창업아카데미 교육생 50명이 반을 나눠 이론 및 실습교육을 받고 있었다. 교육생은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예비창업자인 한모 씨(30)는 이 교육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달 중순 아예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한 씨는 “농수산업과 관련한 주변 사업들 중에서 창업 아이템을 찾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농수산업 자체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혁신센터는 4주일간의 창업아카데미 교육이 끝나면 곧바로 3주일간의 고소득 농장 실습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창업아카데미 수료자들 중 희망자가 우선 대상이다. 두 과정은 내년부터 분기마다 1회씩 진행한다. 실무 위주로 진행되는 교육 커리큘럼은 농수산업 관련 예비창업가들이나 귀농을 앞둔 은퇴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영준 전남혁신센터장은 “전남센터는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중 농수산식품 부문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곳”이라며 “GS그룹의 판로개척 지원을 통해 이미 일부 기업은 성과를 내고 있다. 창농 교육은 지역 농수산업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수=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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