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외국 반도체장비업체 함박웃음,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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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호·산업부
황태호·산업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대형 설비투자를 연이어 추진하면서 조용히 웃음 짓는 기업들이 있다.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장비 제조사들이다.

투자금의 용처(用處)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신규 생산라인에 각각 투자하는 15조 원 중 부지 및 건설 비용을 제외한 10조∼12조 원은 모조리 장비를 구입하는 데 쓰인다. 지난해 반도체 장비 시장 규모는 340억 달러(약 38조7600억 원). D램 시장 규모(457억 달러)의 74%에 달할 정도다.

문제는 이 시장을 외국 기업들이 과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1위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AMAT)와 2위 네덜란드의 ASML, 3위 일본의 도쿄일렉트론(TEL) 등 3개사의 점유율 합은 절반가량(48.9%)에 이른다. 최근 이들 장비 제조사의 실적 상승세가 국내 기업의 투자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판에 빛을 쪼이는 노광(露光)장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ASML은 올 3분기(7∼9월) 매출 15억4920만 유로(약 1조9334억 원), 영업이익 4억4530만 유로(약 5557억 원)로 지난해 대비 각각 16%, 38% 증가했다. ASML의 제품은 대당 1000억 원에 이르는 고가이지만 대체할 장비가 없다. 식각(蝕刻·화학용액이나 가스를 이용해 실리콘 웨이퍼 상의 필요한 부분만을 남겨놓고 나머지 물질을 제거하는 것)장비 등을 만드는 일본 TEL은 80% 이상 늘어난 영업이익에 힘입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대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하는 한국 기업은 ‘고객’이지만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들을 마냥 ‘을(乙)’로 치부하기도 힘들다. 삼성전자는 2012년 안정적 장비 수급을 위해 ASML에 약 7억8000만 유로의 지분투자를 했다. 지난해 AMAT와 TEL이 합병을 시도하자 국내 업계가 필사적인 저지에 나선 것도 ‘협상력 역전’ 우려 때문이다.

정부와 국내 산업계는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2007년부터 장기 국책과제로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다져진 장벽이 만만찮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대수로는 국산화율을 30%가량으로 끌어올렸지만 금액으로는 아직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황태호·산업부 taeho@donga.com
#경제 카페#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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