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커피향에 묻힌 우리 전통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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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이재학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지금 우리 사회에 ‘커피 광풍’이 불고 있다. 가정마다 일회용 커피믹스는 필수품이 됐으며 식사 후 커피를 즐기는 직장인과 학생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커피 수입량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올 들어 9월까지 원두 등 커피 수입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한 10만2500t으로 집계됐다. 지난해가 사상 최대 규모였는데 이 추세로 가면 올해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유별난 커피 사랑으로 최근 수년 사이 국내의 커피 전문점은 프랜차이즈 브랜드 및 개인사업자를 포함해 2만여 개에 이르고 매출액도 3조 원대로 급성장했다고 하니 가히 커피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반면 전통차 시장 규모는 커피의 10%에도 못 미친다고 하니 씁쓸할 따름이다.

우리 국민의 각별한 커피 사랑을 탓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이제 커피 대신 전통차를 마시는 건 어떨까. 우리 땅에서 향기로운 풀이 자라고 몸에 이로운 차 재료로 만든 인삼차, 유자차, 감잎차 등 좋은 차들이 우리에겐 너무나 많다. 요즘처럼 찬바람이 부는 환절기에 생강차, 대추차 등은 감기와 비염을 예방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특히 녹차는 시사주간 타임이 선정한 세계 10대 음료 중 하나일 정도로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커피보다 우수한 전통차가 국민에게 외면받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다도(茶道)는 복잡하고 어려운 것으로 인식되어 ‘일상의 차’로 다가가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통차가 커피처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차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대용차 개발이 시급하다. 편리성과 기호성을 충족해 소비자에게 다가간다면 커피 못지않게 전통차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커피처럼 ‘테이크아웃’ 문화를 활성화하는 등 일상 속에 소비자와 같이하는 마케팅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커피 맛에 익숙해진 일상 속에 천년의 숨결을 간직한 전통차의 향기가 점점 멀어지는 요즘, 가뭄으로 힘들어하는 우리 농촌을 살리고 우리의 내면과 건강을 함께 챙길 수 있는 전통차 한 잔이 그립다.

이재학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커피#전통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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