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유엔 대표단”…물 문제 놓고 머리 맞댄 학생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일 14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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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돈이 없다고 해도 나중에 경제사정이 좋아진 뒤 갚으면 되지 않습니까? 물이 없어서 고생하는 우리를 돕는 게 먼저 아닙니까?”

지난달 31일 서울대 멀티미디어동 3층 회의실. 아프리카 수단의 대표단을 맡은 어린이들이 미국 대표단의 테이블로 몰려가 무언가를 열심히 설득하고 있었다. 한 학생이 가슴까지 치켜 든 노트북 컴퓨터의 모니터를 보여주며 자신들의 협상 내용을 제안하자 미국 대표단이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삼삼오오 왁자지껄하게 진행된 이 논의는 ‘2015 유엔청소년환경총회’ 중 비공식 개별 협상. 전체 위원회 회의 도중 원활한 논의의 진전을 위해 각국 대표단이 직접 협상을 하는 시간이었다.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이틀간 유엔환경계획(UNEP)과 유엔협회세계연맹(Wfuna), 환경교육단체 에코맘코리아가 공동으로 주최한 유엔청소년환경총회에는 전국의 초·중·고 학생 300명이 참가했다. 의제는 ‘지속가능한 물’. 유엔과 손잡고 국내 처음 진행하는 환경총회인 만큼 방식도 유엔총회의 형식을 따랐다. 4개 위원회 중 일부 회의 및 결의안 발표는 영어로 진행됐다.

25개 국가 대표단으로 나뉜 학생들은 빗물 지하수 수돗물 해수담수화 등 4개로 나뉘어진 위원회에서 물 부족의 원인과 함께 해법을 논의한 뒤 결의안을 채택했다. “빗물 저장고를 늘리자”거나 “국가 간 협력을 통해 지하수 저장량을 모니터링하자”,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물을 개발하자” 같은 내용의 결의안들이 위원회별로 쏟아졌다. 물밑 협상용으로 사용하라고 주최 측이 비치해놨던 쪽지 2000장이 하루 만에 다 소진될 정도로 참가 학생들은 열의를 보였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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